미국·유럽, 델타변이발 4차 유행 현실로…美, 5개월만에 하루확진자 11만명

입력 2021-07-25 17:19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수만명의 시위대가 모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을 강하게 압박하는 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4차 유행이 현실화됐다. 미국에선 5개월 만에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1만명을 넘어섰고, 유럽 각국에선 신규 확진자 수가 올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1만8791명으로 집계돼 지난 2월 11일 이후 5개월여만에 10만명을 넘겼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됐던 6월 말까지만 해도 하루 1만명대에 그쳤으나 전염력 높은 델타 변이가 예방접종률이 낮은 지역에 퍼지면서 급증한 것이다.

최근 일주일 간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5만명에 근접했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23일 기준 일주일 간 평균 확진자는 4만9746명으로 2주전과 비교할 때 2.73배 증가했다. 또 입원 환자도 57% 증가한 2만8780명, 하루 사망자도 20% 증가한 271명을 기록했다.

미 보건당국은 플로리다, 텍사스, 미주리 등 백신 접종률 하위권 3개주에서 신규 확진자 수의 40%가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체 신규 확진자의 5명 중 1명은 플로리다주에서 나오고 있다”며 “플로리다주가 폭발적 재확산을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에선 지난 한 주 동안 6만740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델타 변이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이었던 지난 5월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노마스크’ 지침을 섣불리 내린 것도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애덤스 전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CDC 지침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 불행하게도 시민들은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마스크를 벗었다”며 “CDC가 그 시점에선 최선의 조언을 했지만 델타 변이가 상황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를 조기에 해제한 주를 중심으로 확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세계 6대륙 중 처음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5000만명을 돌파한 유럽도 4차 재유행에 직면했다. 지난달 평균 5000명 이하를 기록했던 프랑스에선 24일 기준 2만5624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난 5월 5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지난 19일 4차 대유행을 공식 선언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을 포함한 각종 방역규제를 해제하고 ‘자유의 날’을 선포했던 영국에서도 이날 3만1795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5월 1000명대까지 떨어졌던 영국의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4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성인 인구의 약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신규 확진자 수도 이날 기준 5140명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5000명대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에서 5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것은 5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터키에서도 이날 1만238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터키는 지난 4월 하루 6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자 강력한 봉쇄조치를 내렸다. 이후 7월 초까지만 해도 신규 확진자 수는 4000명대를 유지했지만 최근 연휴 기간 등이 겹치며 감염 사례가 폭증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