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제자 김제덕의 양궁은 이제부터 시작”

입력 2021-07-25 18:00 수정 2021-07-25 18:00
지난 4월 23일 양궁 국가대표 최종 2차 평가전에서 함께한 김제덕과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 황효진 코치 제공

경북 서북부에 자리한 예천은 작은 도시다. 지난해 기준 인구가 채 6만명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24일 예천은 코로나19 상황에도 잔치가 벌어진 듯 떠들썩했다. 예천이 낳은 고교생 신궁 김제덕(17)이 바다 건너 도쿄에서 양궁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어서였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한국인 중 남자 역대 최연소, 전 종목 남녀 통틀어 역대 세 번째로 어린 나이다.

거리두기 하에 경기 단체관람이 진행된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는 금메달이 확정되던 순간 환호성이 쏟아졌다. 김제덕의 스승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도 이 자리에서 제자의 활질을 지켜봤다. 함께 고생한 기억에 제자가 대견하기도 했지만, 어릴 적 주니어 국가대표를 지낸 황 코치 자신에게도 의미가 큰 순간이었다.

“어젯밤에 제덕이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저는 아무 말 안했는데 단체전까지, 끝까지 잘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메신저로 고생 많았다고, 병원 같이 다니고 한 게 생각난다고 했어요. 형들 믿고 잘하라고, 핸드폰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말라고 했죠.” 25일 국민일보와 통화한 황 코치는 “올림픽 뒤에도 제덕이에게는 남은 대회가 많다”며 “제덕이의 선수 생활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황 코치는 김제덕을 고교에서부터 지도했다. 어려서부터 ‘소년신궁’으로 불려온 김제덕이 갑작스러운 어깨 부상으로 대표 선발전에서 기권했을 때도, 올림픽이 연기돼 출전의 꿈이 되살아났을 때도 그는 함께였다. 부상 치료를 위해 매번 대구에 있는 병원으로 직접 김제덕을 실어날랐고, 유난히 먼 통학길에도 데려다 줬다. 가까스로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도 함께 기뻐했다.

옆에서 본 김제덕의 성격은 완벽주의자다. 황 코치는 “제덕이는 목표가 정해지면, 이 방향이 옳다고 여기면 망설이지 않는다. 겁 없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관리도 엄격하다. 먹는 것도 그렇고 생활할 때도 (부상을 입었던) 오른 어깨를 최대한 아끼려고 한다. 오른 어깨로는 뭘 들거나 하질 않는다”면서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철저하다”고 했다.

양궁장 안팎에서 완벽주의자에 과묵하기까지 한 김제덕이지만 황 코치 앞에서만큼은 아직 수다스러운 학생이다. 황 코치는 “같이 차에 타면 정말 쉬지 않고 얘기한다”면서 “대표에 선발된 날도 기분이 좋았는지 차를 타고 가는 3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떠들었다”면서 웃었다. 그는 “고등학생인 제덕이가 어른스러우려고 하는 게 가끔은 좀 안쓰럽다”고도 말했다.

세간에 화제가 된 김제덕의 ‘샤우팅’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소 놀랄만한 모습이다. 평소 성격이 누구보다 차분해서다. 황 코치는 “대표팀 안에서 하는 모의 특별 훈련에서부터 익힌 습관이다. 지난 6월 광주 아시안컵 대회에서도 했다”면서 “예선전보다는 토너먼트에서 주로 한다. 상대를 제압하는 효과도 있고 본인이 더 긴장되니까 풀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상을 깨고 랭킹 라운드 1위에 혼성 금메달까지 따낸 김제덕의 기세는 무섭다. 이대로라면 26일 남자 단체전, 27일부터 시작하는 개인전에서도 충분히 메달을 노릴만하다. 다만 황 코치는 “개인전은 정말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면서 “제덕이도 개인전까지 욕심은 안 부린다고 했다”고 했다. 황 코치는 “올림픽 뒤에도 세계선수권대회 등 대회가 많다. 부상 없이 마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