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호 한국 대표팀이 25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B조 2차전에서 맞붙을 루마니아 대표팀엔 고향이 ‘경북 포항’인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마르코 둘카(22). 루마니아 1부리그 친디아 타르고비스테에서 뛰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루마니아 선수가 포항 태생이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화제가 됐다.
그의 부친은 1990년대 후반 루마니아 국가대표로 뛰며 1998 프랑스월드컵에도 출전한 크리스타안 둘카(48)다. 그의 아들이 포항 태생인 건 크리스티안 둘카가 1999년 프로축구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서 한 시즌 간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 둘카의 한국 생활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포지션이 수비수인 그는 17경기에 나서 1골 2도움만을 올린 채 루마니아에 돌아갔다. 포항은 큰 기대를 안고 아버지 둘카와 함께 율리안이란 선수도 루마니아에서 영입했지만, 두 영입 모두 실패로 귀결됐다. 미드필더 율리안은 심지어 7경기만 나와 공격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포항 구단에도 당시 근무했던 코칭스태프, 프런트 직원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종하(57) 포항 전력강화실장이 유일하게 당시 아버지 둘카를 기억했다. 당시 선수단 주무였던 그는 “루마니아에서 잘 한다고 해서 둘카와 율리안 두 선수를 영입했던 걸로 기억한다”며 “박성화 감독님이 계실 때인데, 두 선수 모두 플레이가 생각보다 뛰어나지 않아 결국 짧게 뛰고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두 선수 모두 지곡동의 포스코 주택단지에 마련한 30평대 숙소에서 살았는데, 아마 둘카의 와이프가 임신한 상태로 들어와 아이를 낳았던 것 같다”며 “많이 뛰고 갔던 선수라면 올림픽에 아들이 나온다고 했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들었을 텐데, 짧게 뛰고 나가 큰 감흥은 없다. 그냥 신기하긴 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아들 둘카는 자국리그에서 뛰기 전 기성용이 뛰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 시티 유스팀도 거쳤다. 루마니아 연령별 대표팀을 차근차근 밟고 성장한 그는 올림픽대표팀 주축 선수로 지난 22일 온두라스와의 1차전서 1대 0 승리에 기여했다. 그는 루마니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어난 나라와 만나 기분이 묘하다”면서도 “하지만 난 100% 루마니아인이고, 한국을 맞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