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애호박 산지폐기가 2018년에 이어 3년 만에 재현됐다. 가뭄이 없고, 일조량이 풍부한 날씨가 지속하면서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소비는 코로나19로 인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국 애호박 최대 주산지인 강원도 화천군에서 지난 22일부터 산지폐기가 시작됐다. 애호박 시장 반입량이 전년 대비 14% 증가하고, 가격은 평년 대비 40% 이상 폭락함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내달 3일까지 이어진다.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애호박 8㎏ 1상자 평균가격은 3889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026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지폐기 물량은 213t이다. 화천지역에선 118곳의 농가가 200㏊ 면적에서 애호박을 재배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4500t으로 전국 유통량의 70%를 차지한다. 정부와 농협이 지원하는 보상금은 8㎏ 1상자당 5200원이다. 인건비와 모종값 등을 제외하면 겨우 손해를 면하는 정도다.
농민들은 이번 가격폭락 사태가 2018년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생산량이 늘었지만, 소비는 줄지 않았던 2018년과는 달리 올해는 소비가 급감하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의 큰 축을 담당하는 학교 단체급식 수요가 급감했고, 최근 수도권에서 3인 이상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음식점 등을 통한 애호박 소비가 매우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수 도송리 이장은 “30년째 애호박 농사를 지어오면서도 올해 같은 상황은 처음 겪어 본다”며 “지금으로서는 이 상황에서 벗어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산지폐기를 통해 시장 유입량을 조절해도 소비 자체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달리 가격을 방어할 방도가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됐던 7월 들어 애호박 가격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천군은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판매 지원에 나선다. 이달부터 8월 13일까지 공무원과 농협, 관계기관 직원 등을 대상으로 ‘화천산 애호박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한다. 또 29일까지 우체국 쇼핑몰을 통해 애호박 특판행사를 진행한다. 애호박 20개가 들어있는 8㎏ 1상자 가격은 6000원이다. 화천군은 택배비 전액을 지원한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정부와 농협의 1차 산지폐기로도 부족할 경우 화천군의 농산물 가격안정 지원조례를 통한 가격안정 자립금 지원과 추가 산지폐기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화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