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개막한 도쿄올림픽에선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꽃다발이 이례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꽃다발에 사용된 꽃들의 원산지가 다름 아닌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이어서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피해를 극복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준다는 취지로 후쿠시마산 꽃다발을 준비했으나 방사능에 대한 우려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25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에는 메달 수와 같은 총 5000개의 꽃다발이 메달리스트에게 수여된다. 이 꽃다발은 후쿠시마산 꽃도라지와 미야기산 해바라기, 이와테산 용담화 등으로 만들어졌다. 전날 양궁 혼성단체전에서 한국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김제덕과 안산도 이 꽃다발을 받았다.
꽃다발에는 메달리스트의 영광스러운 승리 순간을 기념한다는 차원에서 밝은 색상의 꽃들이 사용됐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이 꽃다발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이 재건하고 있다는 상징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일본 화훼 협의회는 “꽃은 재해 피해 지역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특별히 선정됐지만 꽃의 배열과 지속 효과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며 “꽃을 에어컨이 없는 방에 보관하더라도 며칠 동안 신선하고 아름답게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매체 인디아투데이는 이날 메달리스트 선수에게 도쿄올림픽 꽃다발의 의미를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 소속 기자는 전날 역도 여자 49㎏급 은메달을 딴 인도의 차누 사이콤 미라바이가 후쿠시마산 꽃다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 측은 이번 올림픽을 후쿠시마 이미지 회복을 알리는 홍보 수단으로 삼고 있다. 꽃은 물론이고 각종 식재료 역시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지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조달하고 있다. 또 올림픽 선수촌에는 후쿠시마산 목재가 건설 자재로 쓰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쿄올림픽 첫 공식전이었던 일본과 호주의 소프트볼 경기는 지난 21일 후쿠시마현에서 진행됐다. 도쿄올림픽의 성화는 사고원전에서 20㎞ 떨어진 지점에서 출발했다.
도쿄올림픽 준비위원회는 이번 대회에 앞서 ‘회복 올림픽(Recovery Olympics)’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해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