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테죠.”
한국 태권도의 경량급 강자 장준(21)은 이제 생애 첫 올림픽 메달 앞에 서 있다. 한 번만 승리하면 결승으로 넘어가고, 패배해도 동메달을 노릴 기회를 얻는다. 이제 두 번만 승리하면 금메달이다.
장준은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8강전에서 아드리안 비센테 윤타(스페인)를 24대 19로 물리쳤다. 1라운드 초반 가슴팍에 주먹을 맞아 1실점하고 시작했지만, 서로의 머리와 몸통으로 쉴 새 없이 발을 휘두르는 박빙의 난타전을 벌였다. 역전과 역전이 거듭되는 롤러코스터 승부가 펼쳐졌다.
윤타는 손을 쓰는 방어에 능했다. 장준의 발차기를 효과적으로 막으며 반격하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2라운드로 넘어가면서 힘이 빠졌고, 장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장준은 윤타에게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주도권을 되찾았다. 정강이 보호대가 돌아가고 전자호구 장비를 재정비해야 할 순간도 있었지만 장준은 시간을 끌지 않았다. 결국 승자는 장준이었다.
장준은 남자 태권도 58㎏급 세계 랭킹 1위다. 2000년생으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막내지만, 체급에서 그를 넘어설 적수는 없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태훈을 따돌리고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 대표팀의 ‘1호 금메달’ 유력 주자로 평가된다.
결승으로 다가갈수록 체력싸움은 관건이 될 수 있다. 장준은 앞선 16강전보다 더 많은 땀으로 흠뻑 젖어 찾아온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아직도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 윤타가 경기 초반에 (내 공격을) 잘 막아 쉽지 않았다”면서도 “다음 라운드에서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준은 준결승에서 큰 신장으로 긴 다리를 휘두르는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와 대결한다.
장준에 앞서 여자 49㎏급 8강전에서는 심재영이 일본의 야마다 미유에게 7대 16으로 졌다. 야마다가 결승에 오르면 심재영은 패자부활전으로 넘어가 동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지바=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