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은 천안함 전사자 아들 돕고 싶다” 이어진 기부 행렬

입력 2021-07-24 07:07

‘천안함 46용사’ 중 1명인 고(故) 정종율 해군 상사의 부인 정모씨가 암 투병 중 숨지면서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혼자 남았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정군의 모친은 암 투병 중 40대의 나이로 지난 21일 별세했다. 모친 정씨는 정 상사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사망한 이후 보험업계에 종사하면서 아들 정군과 생계를 꾸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함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에게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전 함장은 “21일 오후 천안함 전사자의 부인께서 40대의 나이에 암 투병 중 소천하셨다”며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생떼같은 고교 1학년 아들 하나만 세상에 두고 눈도 제대로 못 감고 돌아가셨다”고 적었다.

“지난 2010년 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오늘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어머니까지 잃었다”고 한 그는 “어울리지 않는 상복을 입고 미성년 상주가 돼 눈물 흘리며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지키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도움을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심지어 부인은 주변에 폐를 끼칠까봐 암 투병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외로이 투병하다가 제게 조용히 하나뿐인 아들을 부탁하고 가셨다”며 “부디 천안함의 가족인 어린 아들이 용기를 내 세상에 일어설 수 있도록 여러분이 힘을 보태주십시오. 저 또한 염치 불구하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최 전 함장은 “본인의 동의를 얻어 유자녀 계좌를 함께 올린다”며 계좌 정보(예금주 정주한, 하나은행 873-910274-23107)도 페이스북에 남겼다. 정군은 초등학생이었던 지난 2015년 천안함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아빠. 얼굴을 잊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아빠 사진을 봐요. 강한 남자로 자라겠다고. 그래서 반드시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겠다고 약속해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해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과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 등에서는 십시일반 정군을 향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맘카페에선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인증 글들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아빠는 천안함으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암으로 돌아가시고 고1 아들 혼자 남았다고 한다. 액수보다 소액이라도 보낸 기록이 남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뒤에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며 기부 인증 사진을 공개했다.

최원일 전 함장 페이스북 캡쳐

정씨는 지난 23일 발인을 거쳐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남편과 함께 묻혔다. 이날 최 전 함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감사인사를 전했다. “여러분의 걱정, 성원과 도움으로 고인을 대전현충원 46용사 묘역에 있는 남편 곁으로 잘 모셨다”고 한 최 전 함장은 “유자녀는 어린 나이지만 담담하게 상주로서 역할을 하는 모습이 더 눈물 났다. 차라리 펑펑 울기라도 하면 나을 건데…”라며 가슴 아파했다.

“정군도 격려해주시고 도움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잘 살겠다고 전해달라고 한다”고 한 최 전 함장은 “이 정군은 국민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켰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울 수 있게 더 이상 아빠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최 전 함장은 “모금계좌를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