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냉동식품을 주문했더니 아이스팩이 3개나 들어있었습니다. 날이 워낙 더우니 한 두개로는 부족했던 거죠. 덕분에 주문한 상품은 괜찮았는데, 아이스팩 처리가 문제였습니다. 물이 아니라 고흡수성수지(SAP)가 들어있는 젤 타입 아이스팩이었거든요.
SAP는 미세플라스틱의 일종이라 아이스팩 통째로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합니다. 부피도 많이 차지하고, 한번 쓰고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요. 그렇다고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하고 쌓아두면 냉동고나 베란다 한구석이 아이스팩으로 가득 차곤 합니다. 여름마다 반복되는 아이스팩의 굴레, 어떻게 끊어낼 방법이 없을까요?
아이스팩도 ‘재사용’... 우리 동네 수거함 찾기
아이스팩 속의 SAP는 수분이 많아서 소각이 어렵고, 땅에 묻으면 자연 분해되는데 수백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일반쓰레기로 버리기보다 어떻게든 ‘재사용’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아이스팩 수거함’이 부쩍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주로 지역 주민센터나 복지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주민들이 아이스팩을 넣으면 지자체가 선별·세척해 인근 상인들이 재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나눠준다고 합니다.
전국 SAP 아이스팩 수거함 위치는 포장공제조합 홈페이지(pkga.or.kr)나 ‘내 손 안의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수거함 없이 직접 기부받거나 시범사업 중인 지역도 많습니다. 조금 번거롭지만 내가 사는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찾아보거나 주민센터 등에 문의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스팩 가져오면 종량제 봉투를 주는 지역이 제일 부러웠습니다. 우리 동네도 해줬으면….)
이런 아이스팩은 안 된다? 재사용률 높이기
수거된 SAP 아이스팩이 모두 재사용되는 건 아니겠죠. 오염되거나 훼손된 제품들, 그뿐만 아니라 기업 로고가 커다랗게 써 있는 아이스팩도 다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크기가 너무 작거나 큰 아이스팩도 재사용 요건에서 탈락이랍니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한 강동구는 아이스팩 수거 기준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① 오염되거나 훼손되지 않은 젤타입 아이스팩 (충전형 안됨)
② 크기 15㎝ × 20㎝ (± 2㎝), 무게 300~500g
③ 특정 업체 상호가 없는 디자인
아이스팩 크기는 제품 하단에 표기된 ‘규격’을 살펴보면 됩니다.
수거 기준이 다소 덜 까다로운 기부 방법도 있습니다. 최근 모 백화점은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사용할 ‘쿨링 방석’을 만들기 위해 고객들로부터 아이스팩을 기부받았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폭염에 고생하는 선별진료소 의료진이나 취약계층에게 아이스팩을 모아 전달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아이스팩은 2억개에 달했습니다. 이중 49.3%가 SAP 아이스팩이었죠. 물과 종이를 사용한 친환경 아이스팩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두 개 중 하나는 수백년간 썩지 않는 물건이란 뜻입니다. 이번 주말, 냉장고를 한 번 살펴보세요. 냉동고 속 애물단지 아이스팩이 보이시나요. 그렇다면 우리 동네에 아이스팩 수거함이 있는 지부터 한번 찾아보면 어떨까요. ‘자원 선순환’의 길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그리 멀지 않은 우리 일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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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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