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아프리카 해역에 머물며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는 ‘지옥’ 같은 광경은 펼쳐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조원 90%가 감염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서로 격려해가며 버텼다고 장병들은 입을 모았다.
청해부대 34진 병사들은 23일 국방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많은 병사가 코로나에 걸렸지만 다 같이 좋은 모습으로 이겨내려고 했다”며 “서로 격려하고 열심히 했는데 부대에 대한 질타와 부정적 댓글들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장병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야간 근무에 임했다. 간부 B씨는 “병사들이 자꾸 쓰러지니까 원사·상사 등 고참 간부들도 당직을 서게 됐다”면서 “의무대 진료를 받으면 기록이 남고 당직을 못 서게 되니 다들 어떻게든 버텼던 것 같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의약품도 부족했다. 문무대왕함 내에서 환자들에게 타이레놀만 제공됐다는 의혹도 과장된 면이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간부 B씨는 “처음부터 타이레놀 주고 버텨라 그런 건 아니었다”며 “의료약을 다 쓴 악조건이 되면서 결국 나중엔 타이레놀만 먹었다.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서 수액세트와 타이레놀을 추가로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병사 역시 “타이레놀 하나만 준 게 아니라 구비해둔 수액도 맞았고, 여러 종류의 약을 먹었다”며 “군의관 2명과 의무병들이 계속 (환자들을) 확인했다. 잘 관리를 받았다”고 말했다.
피가 섞인 가래를 승조원이 있었다는 점은 이들 증언을 통해 사실로 나타났다. A 병사는 “간부 1명이 심한 증세 앓다가 침실에서 자면서 신음을 호소했다”며 “급하게 옆에 있던 분이 깨웠더니 피가 섞인 가래가 나왔고, 자는 시간이라 다음 날 아침에 격리해서 현지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만 해당 간부가 피를 토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수송기를 통한 초유의 귀환 명령이 떨어지자 문무대왕함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면서도 장병들은 수개월 간 지켜온 배를 차마 두고 나올 수 없다며 흐느꼈다. 간부 B씨는 “배를 두고 내려야 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음성자들만 한국에 보내자, 양성자들은 면역체계가 생기지 않겠느냐, 우리가 배를 몰고 가야 한다’ 하면서 울었다”고 전했다. 문무대왕함은 현지에 급파된 군 특수임무단에 의해 우리나라로 복귀 중이다. 9월 중순쯤 진해항으로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가 기항지에서 받은 식자재 등 물자였을 것으로 이들은 예상했다. 일부 자재는 포장이 뜯어져 있는 등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병사 C씨는 “아프리카 현지 계란 품질이 유럽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좀 더러웠다”며 “깃털이나 흙이 묻어 있어 세척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함내에서 장병들은 백신 접종에 대한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철저한 소독과 방역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집단 감염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자신했다.
군 당국이 청해부대에 백신을 공급하려던 의지가 없었던 것도 이미 장병들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간부 D씨는 “왜 우리는 백신 안 놔주느냐 하는 이는 없었다”면서도 “백신 접종은 파병에서 복귀하면 한다고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임무를 교대한) 청해부대 35진에게 우리 임무를 대신하게 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힘든 상황을 넘겨주고 오는 상황이라 힘을 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 메시지를 통해 “청해부대 부대원들이 건강하게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걱정하실 가족들에게도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국방부공동취재단,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