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방역 정책의 기치로 내건 ‘자율과 책임’이 10개월 만에 갈림길에 섰다. 2주 연장된 거리두기 4단계에도 수도권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등의 규제가 부활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에 발령된 4단계 거리두기를 다음 달 8일까지 연장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수도권의 유행 증가를 확실하게 감소세로 전환하고 안정화하기 위해선 현재의 방역수준을 완화하기 어렵다”며 “지방자치단체, 관계부처, 생활방역위원회에서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4단계의 핵심 조치인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포함해 유흥시설 집합금지 등 대부분의 현행 규제는 26일부터 2주 더 이어지게 됐다. 일부 조치는 강화된다. 축구, 농구 등 방역 관리자를 두고 있는 사설 스포츠 영업시설도 앞으로 2주간은 다른 업종과 똑같이 인원 제한을 받게 된다. 오후 6시 이후론 사실상 경기 진행 자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공무나 기업 필수 경영활동 목적의 수련회 같은 행사도 숙박을 동반할 경우 금지된다. 단 교육·훈련 등 일회성이 아닌 경우엔 종전처럼 허용된다. 실내 체육시설에만 적용됐던 샤워실 이용 금지는 실외 체육시설까지 확대된다. 결혼식·장례식 관련 조치는 완화된다. 49명 이내면 친족이 아니라도 참석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연장 조치의 목표는 수도권 유행 규모를 3단계 범위인 하루 평균 확진자 500~1000명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최근 일주일의 수도권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는 970명이다. 일단 1000명 아래론 떨어졌지만 규모를 좀 더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2주 뒤에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중이용시설 규제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율과 책임의 방역에서 영업 금지를 밀어붙였던 과거 방역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국민 개개인의 사적 통제는 충분히 강화된 상태”라며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한 위험요인 관리 쪽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시행된 4단계 조치가 점차 효과를 드러낼 것이란 전망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델타 변이 확산, 3차 유행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진 유행 기저선(베이스라인) 등을 이유로 부정적 관측을 내놓는 이들도 많다. 지난 3차 유행 당시엔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43일이 걸렸는데 이번 4차 유행의 기세를 꺾을 때까진 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본부장은 “이동량도 3차 유행 때에 비하면 그렇게 가파르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규 확진의 3분의 1까지 몸집을 불린 비수도권 유행 상황도 문제다. 방대본은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30명이라고 밝혔다. 해외 유입 사례를 제외하고 따졌을 때 비수도권 확진자의 비중이 35.9%까지 올랐다. 비수도권 거리두기 3단계 일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는 이르면 25일 논의 결과를 확정해 발표한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