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발로 밟지 않았다”…항소심에서도 ‘살인 고의’ 쟁점

입력 2021-07-23 15:19

생후 16개월인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양모가 항소심에서도 아이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인 만큼 양측에 발로 밟은 행위로 인해 췌장 절단이 발생했는지 등에 대한 상세한 의견 제출을 주문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날 장씨와 안씨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씨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정인이를 때린 건 맞지만 배를 발로 밟지 않았고,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장씨의 변호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 배를 손바닥으로 때리거나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면서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는 상황에서 상처가 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안씨는 학대를 알고도 방조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안씨 측은 “아이가 사망하기 직전 밥을 잘 안 먹고 마르는 부분을 고민했었다”며 “아내가 육아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아 심리적 상담을 받아보게 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은 장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지와 피해자를 발로 밟았는지 여부”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피고인 측에 정인이의 췌장 절단 등이 사망 당일 집에서 발생한 것이 맞는지, CPR 등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배제된 것인지 등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밝히라고 했다. 췌장 절단 등이 발이 아닌 손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학적 근거가 있는지, 만약 손으로 때린 것이라도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도록 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조사하긴 했지만, 피고인이 (혐의를) 다투고 있고, 중형이 선고된 만큼 쟁점을 잡아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3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증거 채택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