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옛 연인에게 살해 당한 제주도 중학생이 위급한 순간에도 “(본인이) 제압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살해된 중학생 A군(16)의 어머니는 2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살해범이 내 아들을 먼저 죽이고 나를 죽이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했다. 아들이 걱정돼 늘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그때마다 아들은 자기가 제압할 수 있다며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다”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의 전 연인 B씨(48)는 지난 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 한 주택에서 중학생 아들 A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군의 어머니가 결별을 선언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의 어머니는 “가정폭력을 당할 때마다 아들이 나를 안심시키기 바빴다”며 “피해자 진술을 하러 경찰서에 갈 때도 아들과 함께 갔다”고 흐느꼈다.
KBS에 따르면 지난 5월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도 A군은 수사기록용으로 제출하기 위해 부서진 TV와 컴퓨터 등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고 부서진 유리 조각까지 비닐봉지에 담아 침착하게 모아놓았다고 한다. 나중에 수사기록용으로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일 새벽 어머니가 B씨로부터 목 졸림을 당해 죽기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도, 이튿날 주택 외부에 가스 배관이 파열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서에 갔을 때도 A군은 늘 엄마 곁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어머니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난 18일 오후 2시 15분쯤 아들과 마지막 전화 통화를 했다. 당시 A군은 혼자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후 1시간 뒤 B씨가 공범 한 명과 주택 뒤편으로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A군의 어머니는 “오후 4시쯤 아들에게 전화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며 “밥을 먹고 있다는 아들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A군의 부검 결과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나타났다. A군은 얼굴 등 신체 곳곳에 멍이 들어있었고, 청테이프로 손과 발, 입 등이 결박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현재 “몸이 아프다”며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