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장식 수술’ 故권대희 사건 의료진에 중형 구형

입력 2021-07-22 19:04
국민일보DB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공장식 유령 수술’ 도중 과다출혈 상태로 방치됐다 숨진 고(故) 권대희씨 사건과 관련, 당시 성형외과 의료진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피해자인 권씨의 유족은 “야만적인 수술 방식에 경종을 울려달라”고 재판부에 간청했다.

검찰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범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장씨에게 징역 7년 6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검찰은 동료 의사 이모씨에게는 징역 6년, 의사 신모씨에는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간호조무사 전모씨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장씨와 의료진은 2016년 9월 권씨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경과 관찰과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과다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2019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장씨와 신씨는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는 이유로 간호조무사인 전씨가 30분가량 권씨 수술 부위를 지혈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당시 20대 청년이던 권씨가 성형수술 과정에서 사망에 이른 중대한 사안”이라며 “피고인들이 마치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되는 제품처럼 피해자를 수술했고, 피해자는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한 결과 사망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의사에게 기대되는 의무를 정면 위반했다”며 “그 배경에는 영리를 추구하는 공장식 수술 구조가 확인돼 사회적인 충격을 줬고, 이는 의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권씨의 형은 이날 법정에서 “성형수술 업계에 많은 사고가 있고 누적된 지적들이 있었는데도 바뀌지 않아 동생이 죽음에 이른 것은 먼저 일어난 피해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야만적이고 엽기적인 수술 방식에 경종을 울려주길 판사님께 간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최후진술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환자와 어머니, 형님, 아버님께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씨의 변호인은 “이 사고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방치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의료진이 피해자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조치를 못 해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9일 오후 1시50분에 진행된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