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제때 치료하지 않은 40대 남성이 극심한 피해망상에 시달리다가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10년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해당 남성이 정신질환자임을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시설에서 치료를 받는 게 장기간 형을 사는 것보다 더 시급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2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 및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4월6일 A씨는 광주에서 자신의 아버지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정신분열증을 앓던 A씨는 가족들이 자신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피해를 봤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평소에도 피해망상에 시달리던 A씨는 친형과 아버지 B씨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곤 했으며, 결국 아버지 B씨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A씨는 범행 직후 처참한 아버지 B씨의 모습을 찍어 SNS에 업로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치료감호 청구를 하는 한편 재범을 막기 위해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청구했다.
1심은 “A씨는 편집성 정신분열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법정에서도 맥락이 닿지 않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에 관한 자각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고,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빠지게 된 데 A씨의 귀책사유가 크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해 감경 사유를 인정했다.
특히 1심은 A씨가 20대 후반부터 피해망상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언급하며 “A씨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해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자녀로 보인다. 다만 자신이 진학한 학교가 부모 또는 스스로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친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극악무도한 범죄”라면서도 “단순히 형량을 늘려 엄벌을 가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볼 순 없다. A씨의 주된 잘못은 정신질환을 제때 치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에 있다”며 A씨에 징역 10년을 선고·치료감호를 명령했다.
또 검찰측 청구를 받아들여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명했다.
이후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 재판부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피고인과 검사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