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정부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 분야 노동자의 직무전환·재취업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 전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선제적 기업·노동전환 지원단을 구성·운영해 사업구조개편 및 노동전환을 통합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원방안에는 수소·전기차 등 신차 생산 확대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등에 따른 고용 충격을 완화하는 조치가 핵심으로 담겼다. 석탄화력발전소는 2034년까지 28기가 폐지될 예정이며 수소·전기차의 신차 판매 비중은 2020년 2.8%(5만2000대)에서 2030년 33.3%(60만대)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내연기관차와 석탄발전 분야 종사자가 신산업 분야 직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 대응 특화훈련’ 사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10만명의 노동자가 신산업 분야에 관한 직무전환 훈련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경남도에서 시범운영 중인 ‘장기 유급휴가 훈련’은 전국으로 확대해 2025년까지 4만명을 지원한다. 기업이 직무전환 훈련을 받으려는 재직자에게 장기 유급휴가를 부여하면 정부가 인건비·훈련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기업이 폐업을 준비하거나 인력조정이 불가피할 때에는 정부가 노동자의 전직 준비를 돕는다. 전직 희망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재직 중에라도 미리 전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기업에는 대체 인력 인건비를 지원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이직예정자에게 전직 준비 컨설팅, 취업 상담·알선 등 전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면 정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내년 중 ‘노동전환 지원금’ 제도도 신설한다.
다만 지원방안에는 허점도 있다. 노동자가 재직 중 이직이나 전직을 준비하려면 사용자 측과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노사 협의 체계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사전에 노사 합의를 이끌려는 시도도 없었다. 노동자나 사업주 의지만으로 근로시간 단축 등 지원 제도를 활용하긴 어려운 구조다. 고용부도 “사업주가 인정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사전 전직 준비 지원 제도를 활용하긴 어렵다”고 인정했다.
정부는 내연기관차·석탄발전 분야 다음으로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서 중·장기적으로 노동전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은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단순관리직 인력 수요가 줄고, 시멘트는 석회석 연료 대체 등으로 고용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정유는 2030년 이후 수송유·난방유의 전기·수소화 전환으로 일자리가 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고용정보원 내에 노동전환 분석센터를 신설해 산업별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예상치 못한 구조전환 가속화 등으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면 노동전환 지원체계를 가동해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재직자에게 원격으로 초·중급 디지털 훈련을 제공할 경우 훈련비를 최대 90%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지원 대상은 2025년까지 400만명이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