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점심시간 휴무제’ ‘남녀통합 당직제’.
광주지역 일선 자치구의 업무환경이 최근 크게 달라졌으나 ‘양질의 행정 서비스 제공’ ‘공무원 휴식권리 보장’이라는 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부작용만 불거지고 있다.
22일 광주시에 따르면 서구의 경우 지난 6월부터 당직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남녀통합 당직제’를 도입했다.
남녀 2명씩 4명이 일과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당직 근무를 서는 방식이다.
서구는 이를 위해 남녀 휴게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하지만 좁은 사무공간에서 남녀가 함께 밤샘 근무를 한다는 점에서 개선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잠을 자는 숙직실 역시 남녀 당직자가 근무하는 사무공간과 가까운 데다 별도의 출입통제 장치가 없다.
이로 인해 최근 당직 근무를 하던 남자 직원이 여자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감사실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5년 동료 여직원을 성추행했다가 징계를 받았던 문제의 남자 직원은 같은 근무조로 편성된 여자 직원 신체 일부를 심야에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남녀통합 당직제는 도입 두 달여 만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서구청 공무원 노조는 “여성 공무원증이 반드시 있어야 출입이 허용되는 여성 숙직실을 별도로 설치하고 남녀가 분리된 공간에서 당직 근무하도록 개선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 구청장협의회와 광주 공무원노조의 합의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전국 광역시 최초로 전면 시행에 들어간 5개 자치구의 점심시간 휴무제 역시 민원실을 찾은 주민들로부터 잇따른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무인민원발급기가 없는 동행정복지센터 등을 찾은 직장인 등은 허탕을 치고 허탈하게 발걸음을 되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일과 중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5개 자치구는 100여 종의 서류 발급이 가능한 무인민원발급기 70여 대를 추가 설치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점심시간 휴무제에 대한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점심시간에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구청을 방문한 민원인들이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인감증명 등 일부 민원서류는 무인발급이 되지 않고 여권발급과 전입신고, 복지상담, 전입신고 등도 반드시 대면 창구에서 처리해야 하는 측면도 마찬가지다.
민원발급기 사용이 서툰 민원인을 위해 각 자치구가 공공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별도 배치하는 등 제도의 근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이와 함께 지문인식 오류가 잦거나 속도가 느려 민원인이 불편을 겪는 등 대면 민원시스템이 사라진 데 따른 부작용도 적잖다.
더구나 상급기관인 광주시는 무인발급기 이용이 서툰 고령자 등을 위해 민원실 등의 점심시간 휴무제에 동참하지 않은 데 비해 일선 자치구만 이 제도를 별도로 도입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자치구 공무원들의 근무여건이 달라진 데 따른 수정·보완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 시민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일선 자치구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