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 비방전 격화… ‘노무현 탄핵’ 놓고 충돌

입력 2021-07-22 05:50 수정 2021-07-22 10:31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 사진)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연합뉴스

여권 대선주자 1, 2강을 다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21일 라디오 방송에서 이낙연 후보 측을 향해 “네거티브 공세로 지지율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정치학습 효과를 믿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공직 유관단체인 교통연수원 사무처장 진모씨가 SNS를 통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 제기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후보 측은 진씨가 공무원도, 해당 단체 임원도 아니며 이 후보와 아는 사이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며 반격했다. 그는 “이낙연 후보가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때 찬성했나, 반대했나”라며 “분명한 입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낙연 후보가 2002년 노무현 (당시 대선) 후보 대변인이었는데, 그 후 탄핵 과정에 참여했다”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이낙연 후보 측 오영훈 의원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 정신을 폄훼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오 의원은 “이낙연 후보는 ‘노무현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며 “당시 광주 전남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후보 측 최인호 의원도 “이재명 후보 측이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우리 후보 지지율이 상승해 초조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을 네거티브 소재로 삼는 것은 도를 넘은 행위”라며 “이낙연 후보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도 해당 논란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KBS 뉴스 9’에 출연해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찬성 여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없다. 무기명 비밀투표였는데 사실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네 반대했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빅2’ 간 싸움이 격화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중재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네거티브에 대한 통제 기준을 정해서 발표하고, 각 후보가 다 모여 신사협정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시 못 볼 사람인 것처럼 공격하면 스스로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