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7일 임명 이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수사와 공소유지를 수행해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1일 대법원의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징역 2년형 확정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마무리한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의 여론 조작이라는 주제, 수사 대상자인 대통령 최측근의 도지사 당선 등 허 특검이 당면한 환경과 과제는 결코 만만찮은 것이었다. 허 특검은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판결이 확정되면 10일 내에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를 한다”며 “그 시점에 특검은 자동으로 퇴임한다”고 말했다.
허 특검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검 기간 위기라고 느낀 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 여러 법조계 인사들은 “그간 여러 특검이 난제를 받아 들었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만큼 수사하기 어려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정권 초기에 정권을 겨냥하는 수사였다. 허 특검도 “피고인 측이 다각도로 공세를 펼칠 때에 일일이 모든 증거를 되돌아보고 재분석, 재검증, 재해석하는 일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몸이 힘든 적은 있어도 위기를 느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직접 규명한 수사 결과가 결국 인정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는 의미다. “첫 압수수색 당시 이날의 결론까지 확신했느냐”고 묻자, 허 특검은 “그때는 못 했다”고 답했다. 그는 “생각해 놓고 압수하는 것이 아니라, 압수해서 나온 증거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갈 뿐이었다”고 말했다. 허 특검은 임명 직후에도 ‘증거만 따라가겠다’고 선언했었다. 특검의 수사는 ‘표적 수사’도 ‘청부 수사’도 아닐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이후 허 특검은 하루에 겨우 3시간 남짓 잘 수 있었다.
곧 재수감을 앞둔 김 지사는 앞서 특검 수사단계에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됐었다. 어느 정도는 특검도 예상한 기각이었다고 한다. 허 특검은 “내게는 큰 범죄였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사이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 예상되긴 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허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여느 특검과 달리 수사는 60일 만에 종료됐다. 허 특검은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더 나올 만한 단서가 없었다”며 “‘보여주기’를 위해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허 특검이 강조해온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결국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 상고심에서 2심의 법리 오해를 지적한 대목이 대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2심은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측에 센다이 총영사 추천 의사를 전할 때 2018년 6·13 지방선거에 나갈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무죄라고 판단했었다. 특검은 이에 “특정 후보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상정할 수 없는 기간에 선거운동 관련 이익 제공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은 이익을 우회적으로 제공하는 길을 열어준다”며 상고했었다.
대법원은 이날 “이익의 제공 등을 할 당시 반드시 특정 후보자가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지방선거 관련 행위’로 볼 증거는 여전히 부족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무죄 판단 결론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판결을 파기하지는 않았다. 허 특검은 “다른 상고 이유들은 확실히 인정받았다”며 “원심의 법령 해석을 우리가 바로잡았다고 자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사회에 남길 교훈이 무엇이냐고 묻자, 허 특검은 ‘공명선거’라고 답했다. 그는 “선거에서의 당선을 위해서, 불법적인 사조직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움직이도록 용인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4년 넘는 특검 활동을 끝내는 그는 “우여곡절을 다 말하려면 1박 2일로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조용하지만 강하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과정을 지켜본 법조계는 “허 특검이 실패한 것은 ‘공보’ 뿐이었다”고 찬사와 농담을 섞은 반응을 내놓는다. 허 특검은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만 갔고 그런 확신 하에서 기소했기 때문에, 내가 나 스스로를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