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징역 2년형을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를 위로하는 글을 올리면서 ‘자살골 논란’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3년여 시간이 걸린 이번 수사를 촉발한 장본인 중 한 사람이 추 전 장관이어서다. 그간 정치권에선 대표 시절 드루킹 수사를 촉구하고 당 차원에서 고발까지 했던 추 전 장관의 행보를 두고 ‘자살골’에 빗대는 여론이 적잖았다.
추미애, 2018년 논란 일자 “동기와 배후 밝혀라” 수사 촉구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2018년 1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추진 과정에서 일부 세력이 포털사이트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당 대표였던 추 전 장관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SNS에서 가짜뉴스와 인신공격·욕설, 비하와 혐오 등이 난무해 난장판이 됐다”며 디지털소통위원회 댓글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 출범에 앞장섰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해 1월 31일 민주당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댓글 조작이 의심되는 증거 정황을 수집해 서울경찰청에 ‘댓글 사건’ 수사를 의뢰했다. 추 대표는 “드루킹 사건은 건전한 여론 형성을 저해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라며 “수사당국은 드루킹을 중심으로 한 여론조작 세력들의 불순한 동기와 배후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사를 통해 ‘드루킹’ 김동원씨를 주축으로 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여권에 유리하도록 ‘킹크랩’이라는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과 추천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킹크랩 시연 현장에 김경수 지사가 나타났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추 전 장관은 여권은 물론 당 지지자들로부터 ‘자살골을 넣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지사는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몰랐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추미애, 김경수 유죄에 “오랜 동지, 표현할 수 없는 아픔” 위로
추 전 장관은 김 지사의 유죄 판결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오랜 정치적 동지로서 이번 대법 판결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며 “김 지사에 대한 특검 여부로 고심했던 당시 당대표로서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결백함을 믿는다”고 전했다. 또 “원래 선하고 사람을 잘 믿는 김 지사의 성정으로 볼 때 광신적 지지자 그룹에 대해 베푼 성의와 배려가 뜻하지 않은 올가미가 됐을 수도 있다”며 김 지사를 감쌌다.
그는 2018년 1월 댓글 사건 수사를 의뢰했던 배경을 되짚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네이버의 주요 기사 댓글에 대통령을 모독하거나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댓글이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와 민원이 계속됐고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김 지사의 말을 되새기며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든 실체적 진실이 분명히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위로의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의 이번 위로는 또 하나의 ‘내로남불’식 감싸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제 와서 그가 김 지사의 ‘성의’와 ‘배려’ ‘결백함’을 운운하는 것은 반민주적 행태의 배후를 밝혀야 한다며 엄중 수사를 촉구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민주당 내부와 지지자들 사이에선 ‘자살골 해트트릭이 완성됐다’는 식의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추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찬성했다가 ‘삼보일배’로 용서를 빌었다. 드루킹 댓글 사건 수사 의뢰로 친문계 적통인 김 지사에 올가미를 씌웠다. 법무장관 시절에는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성장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추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탄핵, 윤 전 총장과의 갈등에 이어 김 지사 유죄 판결까지 민주당 지지율을 폭락시킨 일등공신”이라며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