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세가 가파른 미국에서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다시 쓰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놓고 반대가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백신 접종자에게 다시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면 백신 효과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한 지 두 달 만에 “마스크를 다시 써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건당국은 델타 변이로 인한 감염 위험 증가를 이유로 지난 17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백신 접종자도 예외 없이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인구 1000만명 규모인 이 지역에서는 앞서 7일 연속 하루 1000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국 관계자는 “현재 전파 추세와 수준을 막을 수 있도록 예방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가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다시 습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와 다른 7개 카운티도 실내 마스크 착용 재개를 권고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백신 미접종자는 많은 아칸소주와 미주리주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아칸소 주의회는 지난 3월 말 마스크 착용 의무를 복원시킬 수 없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달 28일까지 발효되지 않으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국영 의료시설과 주립 교도소, 청소년 관련 시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18일 인디애나폴리스 지역방송 WISH-TV에 출연한 제롬 아담스 전 공중보건국장은 백신 접종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한 CDC의 지침에 대해 “시기상조고 잘못 해석됐을 뿐만 아니라 아직은 해로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CDC는 지난 5월 13일 처음으로 백신 접종자에 대한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했다. 당국은 이 조치가 백신 접종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지만 실제 효과는 없었다. 5월 중순 200명이던 일일 접종자 수는 55만명 미만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카이저 가족재단이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5%가 “CDC의 새로운 지침이 백신 접종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새 학기를 앞두고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2세 이상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권고안을 19일 발표했다.
AAP 학교보건위원회 소냐 오리어리 위원장은 “2021~2022학년도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상당수 학생이 백신 접종 자격이 없는 데다 전염성이 더욱 강한 변이들이 있다”며 “우리는 모든 학생을 학교에 보내기 원하기 때문에 실내 마스크 착용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공기 중 바이러스 감염을 연구한 캘리포니아대 킴벌리 프라더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최선의 보호 수단은 마스크”라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재개를 강력히 지지했다.
이미 많은 미국인이 마스크 착용을 중단한 상태에서 다시 쓰도록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난달 말 악시오스 설문조사 결과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항상 또는 가끔 쓴다는 사람이 55%로 같은 달 초 68%보다 크게 감소했다. 올해 2월부터 5월 초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거의 90%였다.
일부 전문가는 백신 접종자에 대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백신 효과에 대해 엇갈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백신 효과를 강조하면서 접종 후에도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한 공화당 케빈 폴코너 전 샌디에이고 시장은 트위터에서 “불필요한 제약을 다시 부과할 게 아니라 일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규제 반대를 일종의 당론처럼 고수하고 있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비행기와 대중교통수단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안관도 보건당국 지침과 달리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자발적 준수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스크 착용 권고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지난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찬성했던 레베카 지 전 루이지애나 보건국장은 “지금 시점에서는 전면적으로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게 효과적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상황에 따른 선별적 마스크 착용을 제안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12세 미만 어린이 같은 감염병 취약 계층과 대면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었다.
마커스 프레샤 보건공무원협회 의료국장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재개는) 우리가 후퇴하고 있음을 암시할 수 있다”며 “일말의 희망을 갖고 터널의 끝에서 빛을 봤던 이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