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의 동반자’ 김경수 실형 확정…할 말 잃은 靑

입력 2021-07-21 17:04 수정 2021-07-21 20:36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21일 대법원이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 관련 청와대의 ‘로키’ 모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독립을 강조해 온 점과도 연결된다. 대선 국면에서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든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큰 점도 부담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사법부의 최종 판결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는 2년 전 김 지사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올 때부터 로키 모드를 유지해왔다. 2019년 1월 30일 법원은 김 지사에게 댓글 조작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다음날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2월 1일 진행된 청와대 브리핑에서 총 7개의 김 지사 관련 질문이 쏟아졌지만 김 대변인은 “제가 답변드릴 위치에 있지 않다” “청와대 회의 내용을 여러분들과 공유하는게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 측은 21일에도 ‘대법원 선고 결과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나’ ‘문 대통령이 이번 판결에 대해 언급한 것이 있나’ 등의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답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선 곤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던 김 지사에 대한 법원 판결을 두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와대 참모 가운데는 김 지사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많고, 최근까지도 김 지사의 추천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할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만큼 청와대가 받은 충격이 상당하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김 지사는 문 대통령과 노무현정부(참여정부)에서 함께 일했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정착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보좌했다. 이로 인해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라고 불린다.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의 2012년 첫 대선 도전과 2017년 두번째 대선 도전을 함께 하기도 했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문 대통령은 묵묵하고 성실한 성격의 김 지사에게 큰 신뢰를 보냈다고 한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김 지사는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는데 시간과 행정 비용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원하자”며 긴급재난지원금 문제의 물꼬를 텄다.

당시만 해도 정부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이었지만 김 지사의 제안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 기사가 가세하면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여론의 부담을 던 청와대는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제안한 재난소득 검토에 들어갔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결국 정부와 여당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전 국민으로 늘리고 대신 고소득층 등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로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김 지사가 정부 여당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여론의 가늠자 역할을 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그만큼 정국 운영에 있어 김 지사의 영향력이 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경남 도정을 맡은 김 지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2019년 6월 5일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4회 환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환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 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다 그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공개석상에서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그해 3월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방문차 창원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3개월 만에 경남을 다시 방문한 것을 두고 김 지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그해 7월에 경남 저도를 방문했는데, 이때도 김 지사가 동행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