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특검’ 주역들은…김성태 “착잡하다” 추미애 “아프다”

입력 2021-07-21 17:02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에 잠겼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의 주역인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21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유죄 확정에 “착잡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 전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단식 투쟁을 통해 ‘드루킹 특검법’ 통과를 관철한 바 있다. 또 경찰에 수사 의뢰를 주도,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착잡하다. 2018년 당시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드루킹 일당들이 국민의 마음을 훔치면서 결국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기에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놓칠 수 없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2018년 5월 드루킹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면서 9일간 단식투쟁을 펼쳤다. 김 원내대표의 단식투쟁 영향 등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합의를 해주면서 드루킹 특검법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후 허익범 특검팀이 60일간의 수사를 진행했고, 드루킹 사건은 이날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가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되면서 마침표를 찍게 됐다.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18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 농성장에 앉아 있는 모습. 뉴시스

김 전 원내대표는 김 지사가 대법원 판결에도 결백 입장을 고수한 것에 대해서는 “같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라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중차대한 사건에 대한 심리는 신중의 신중이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타까운 마음은 있지만 판결은 판결대로 의미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김 지사의 오랜 정치적 동지로서 이번 대법 판결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며 “김 지사에 대한 특검 여부로 고심할 때 끝까지 특검을 반대했던 당시 당대표로서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김경수 지사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적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월 23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추 전 장관이 대표를 맡고 있던 2018년 1월 포털에 대규모 댓글조작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드루킹’ 김동원씨가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에 유리하도록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활용해 댓글과 추천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김 지사가 연루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야당이 특검을 요구했고, 결국 김 지사가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미애 자살골’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지난해 11월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최근 실형이 선고된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자승자박의 대표적 사례를 남긴 추 장관은 여권의 X맨이다. 팀킬의 명수이자 자살골 전문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고 비꼰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당 차원에서, 그리고 선대위 차원에서 대선승리를 위해 뛰었던 우리 모두는 굳이 그런 비정상적인 방식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고 조금의 불법도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의식에 투철해 있었다”며 “그것은 김 지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원래가 선하고 사람을 잘 믿는 김 지사의 성정 상 광신적 지지자 그룹에 대해 베푼 성의와 배려가 뜻하지 않은 올가미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또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김 지사의 말을 되새기며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든 실체적 진실이 분명히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