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속 중금속 오염도 ‘솔잎’으로 측정한다

입력 2021-07-21 16:47 수정 2021-07-21 16:48

국내 연구진이 솔잎으로 대기 중 미세먼지 성분과 중금속 오염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별도의 측정소가 없는 지역에서도 대기오염 수치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솔잎을 이용해 대기오염도를 측정하는 표준화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정다위 환경과학원 연구관은 “2년 이상 나무에 붙어 있고 계절에 상관없이 채취할 수 있는 침엽 중에서 솔잎을 활용했다”며 “나뭇잎 호흡 과정에서 대기 중에 떠다니는 납(Pb) 등 중금속 오염물질이 흡수되고 쌓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연구 결과”라고 소개했다.

솔잎을 이용한 측정 방법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먼저 대기오염도를 측정하고자 하는 지점 주변의 솔잎을 채취해 실험실로 옮긴다. 3m 이상의 소나무에서 자란 1년생 솔잎을 골고루 채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는 초저온 상태에서 솔잎을 분쇄해 오염물질을 측정할 수 있도록 균질화·전처리 작업 등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유도결합플라즈마원자발광분광기(ICPAES), 기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GCMS) 등 분석기기를 이용해 납과 카드뮴(Cd), 크로뮴(Cr),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등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식이다. 정 연구관은 “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하면서 중금속 오염도를 함께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금속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전기로 가동하는 대형 측정기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산 정상 등 전기 사용과 장비 투입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나무가 있는 모든 지역에서 중금속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아파트 단지에 소나무를 심는다면 이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측정소가 되는 것이다.

정 연구관은 “솔잎 등 생물종을 이용한 환경지표 개발연구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며 “내년부터 일부 지역에 솔잎을 이용한 대기오염도 측정을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