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덜 지급된 보험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약 6억원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인정됐지만, 2018년 기준 삼성생명에 남아있는 전체 미지급 분쟁규모는 4300억원에 이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판사 이관용)는 21일 즉시연금 가입자 A씨 등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삼성생명이 원고들에게 모두 5억9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 등은 삼성생명으로부터 매달 받는 연금 수령액이 당초 계약보다 적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상품 특성상 만기 보험금 마련을 위해 일정 금액을 공제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을 빼고 지급한 것이라고 맞섰다. 즉시연금은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내면 그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만기가 돌아오면 납입보험료 전액 상당의 원금도 지급된다. A씨 등은 약관 등에서는 공제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고, 삼성생명은 약관 내용과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즉시연금이 삼성생명 설명대로 설계된 건 맞지만, 이 내용을 가입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일정 금액이 공제되고 나머지를 지급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은 보통 사람의 이해도를 기준으로 도출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가입자들에게 공제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행법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경우 가입자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정해두고 있다. 재판부는 연금 수령액 관련 여러 해석 중 가입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미지급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해석이라고 결론 내렸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은 2017년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연금액에서 일정금액이 공제된다는 내용을 고지 받지 못했다고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은 약관이 불명확했다고 보고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일부 보험사들이 미지급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소송으로 번졌다. 보험사들 중 삼성생명의 미지급 보험금이 4300억원대로 가장 많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