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드루킹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자 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유력 대선 주자들은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날 판결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듯 결과 자체에 대한 논평은 자제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난 대선 과정이 논란으로 떠오르며 문재인정부 정통성이 쟁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근혜정부) 국정원 댓글 사건’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규모의 여론조작, 선거공작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하고 나서는 등 야권은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내년 대선 경선을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내 주자들이 현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지도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김 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소영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아쉬움이 크다”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민주당은 경남도정의 공백과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밝혔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참으로 유감이다. 할 말을 잃게 된다”고 적었다. 이어 “같은 당 동지로서 이런저런 고민을 함께 나눠왔는데 너무나도 안타깝다”며 “힘겨운 시간 잘 견뎌내시고 예전의 선한 미소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유죄 판결은 정말 유감”이라며 “드루킹의 일방 주장만으로 유죄를 판단한 것은 ‘증거 우선주의’ 법 원칙 위배”라고 주장했다. 김두관 의원도 페이스북에 “법원 판결이 너무 이해가 안 가고 아쉽다”라고 적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몹시 아쉽다”면서 “2017년 대선은 누가봐도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예견됐던 선거다. 문재인 캠프가 불법적 방식을 동원해야 할 이유도, 의지도 전혀 없었던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난 대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문 대통령의 정통성을 공격하려는 야권의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판결 직후 “김경수 지사 관련 댓글 판결에 대한 입장”이라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결국 현 정권의 정통성에 근본적이고 심각한 하자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됐다”고 몰아세웠다. 과거 여권이 총공세를 벌였던 박근혜정부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도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다양한 방법의 여론 조작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국민께서 ‘민의를 왜곡하는 어떠한 시도’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이날 ‘김경수 전 경남지사 실형 확정 선고 구속, 드루킹은 누구 겁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앞으로 나와 입장을 내놓아야 할 차례”라고 썼다. 이어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상상조차 해서는 안 될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면서 ““일명 ‘드루킹’ 사건의 사실상 최대 수혜자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문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나온 판결 결과가 향후 대선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관심 대상이다. 이미 정권 말기 레임덕이 시작된 상황에서 현 정부에 대한 정통성 논란이 큰 타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현재 대선 주자 경선 중에 있는 민주당 내 세력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친문(親文) 주류 세력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대선 주자들의 행보에도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친문 중심에 있는 김 지사의 정치생명은 이날 판결로 치명타를 입었다. 김 지사는 2년의 형을 마친 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김 지사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따라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당하겠다. 하지만 법정 통한 진실 찾기가 막혔다고 진실이 바뀔 순 없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