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대 사기·유사수신…일당 14명 검거

입력 2021-07-21 13:49

부산 해운대에 유사수신 회사를 설립한 뒤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수천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렇게 가로챈 피해금 일부는 이른바 ‘포천 땅 투기’ 사건으로 알려진 경기도 일대 투기 자금으로 흘러든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800여명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가로챈 유사수신업체 회장 A씨 등 일당 14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검거된 일당 가운데는 유사수신업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청탁을 받고 금품을 챙긴 지역 신문사 현직 기자와 전직 경찰도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6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부실채권이나 부동산 경매 등에 투자해 연 19%에서 최대 50%의 고수익과 원금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 2800여명을 모아 3059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투자 설명회장 전경.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유사수신이란 은행법과 저축은행법 등에 따라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하지 않은 회사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투자회사를 가장해 돈을 벌어주겠다며 접근하는 방식이 불법 유사수신 업체의 영업 행태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금을 보장하거나, 확정 수익률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투자자의 돈을 끌어모으면 안 된다.

A씨 등 일당이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는 없었다. 신규 투자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으로 지급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란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원금 회수 불능 등 피해가 현실화하기 전에 경찰이 단속한 사례”라면서 “사기와 다단계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업 구조상 언젠가는 피해가 터질 수밖에 없는 범죄였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금 중 많은 돈이 땅 투기로 흘러갔다. 유사수신업체는 2개 농업법인을 포함한 6개 법인 명의로 경기 포천, 서울 강남·중랑구, 경남 거창·거제 등에 74개 부동산 7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들은 아파트 등 주거시설 대신 주로 토지나 빌딩을 집중 매입했다. 이렇게 매입한 부동산은 현재 시가 1000억원으로 올랐다.

이중 포천 일대 부동산만 15곳, 850억원어치에 달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포천 한탄강 일대 개발과 관련해 비공개 정보를 입수해 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투자자 2800여명으로부터 3000억원대 투자사기를 벌여 매입한 포천의 한 부동산.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구속된 A회장과 회장의 사실혼 관계이던 부인, 자녀 등은 회사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5년간 70억원의 월급을 받아 가 외제 차를 모는 등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투기나 월급으로 쓰인 돈 외에 피해자들의 돈은 또 다른 피해자를 유치하는데 필요한 이자 등으로 쓰였다.

경찰은 A씨 등이 경기지역 부동산 인허가를 도와달라며 지역 일간지 기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도 확인했다. 해당 기자는 억대 신문사 광고를 유치하고, 개인적으로도 금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내용을 알아봐 주는 조건으로 2000만원을 받은 전직 경찰관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부패 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유사수신업체가 소유한 1000억대 부동산과 채권·예금 등을 모두 합쳐 1454억원을 몰수 추징 보전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경찰이 부동산 관련 보전가액 중 최대 수준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전된 재산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부패재산몰수법 규정에 따라 투자자들의 피해 복구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