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호르몬 치료, 치매 위험 낮춘다” 美연구

입력 2021-07-21 11:15 수정 2021-07-21 13:57
폐경 여성 호르몬 치료. 게티이미지뱅크.

폐경 후 호르몬 대체 요법이 치매 위험이 줄어드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대 뇌 과학 혁신 센터(Center for Innovation in Brain Science) 소장 로베르토 브린톤 박사 연구팀이 45세 이상 폐경 여성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평균 5년에 걸쳐 진행한 추적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0일 보도했다.

호르몬 대체 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은 폐경 여성이 여성 호르몬 중단으로 겪는 갱년기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 호르몬제제를 투여하는 치료 요법이다.

연구에 따르면 6년 이상 HRT를 받은 여성은 받지 않은 여성보다 치매 위험이 79%, 파킨슨병 등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이 7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상 HRT를 받은 경우와 1년 미만 사이에도 알츠하이머 치매, 다른 형태의 치매 그리고 파킨슨병 등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에 차이가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전체적인 위험 감소는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났고 HRT의 유형, 투여 방법, 투여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위험 감소 효과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에스트라디올이나 프로게스테론이 합성 호르몬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알약 형태의 호르몬제제는 신경퇴행성 질환 전체의 위험 감소, 피부를 통해 투여하는 HRT는 치매 위험 감소와 연관이 컸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HRT가 치매 위험을 줄인다는 증거로 보기는 힘들지만, 치매의 새로운 치료법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뉴욕 레녹스힐 병원 부인과장 아디 카츠 박사는 폐경 여성들이 통상 뇌에 안개가 낀 것 같이 집중이 잘 안 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멍 때림)’ 현상을 호소한다면서 “이는 여성 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과거의 관찰기록을 바탕으로 분석이 진행된 후향적 연구(retrospective study)다. 연구팀이 밝힌 대로 HRT가 폐경 여성의 치매 또는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려면 전향적(prospective)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츠 박사는 또 HRT가 유방암, 자궁암, 뇌졸중, 혈전 위험이 커지는 등의 부작용도 있는 만큼 의사와 득, 실을 충분히 상의한 뒤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HRT에는 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이 혼합된 경구용 호르몬제제가 사용된다. 에스트로겐만 투여하면 자궁암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HRT는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가급적 단기 투여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Alzheimer’s Association)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and Dementia)’ 최신호에 발표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