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현황’을 달라는 국회 요청에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특공 관련 공무원들의 특혜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유일하게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아 더욱 의심을 사고 있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5월 28일 권 의원이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전체에 ‘특공 공급 현황’ 등의 자료 요구서를 보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을 제외한 대다수 중앙행정기관과 국책연구기관, 공공기관 등은 관련 실태를 파악해 국회에 자료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만 일종의 ‘버티기’에 들어간 셈이다.
더욱 의심쩍은 것은 국세청이 자료 제출 요구에 요상한 답변을 내놨다는 점이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국세청은 애초에 특공 공급 관련 자료가 없다거나 인사 시즌으로 민감한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 현황 파악을 할 경우 조직 내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국세청이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인사 시즌과 조직 내 반발을 거론한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현황 자료가 없다면 실태조사를 해서 제출하는 것이 마땅하다.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 등 다른 정부기관은 조사 대상 인원이 많은데도 자체적으로 부분적 또는 전수조사를 실시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국세청은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공급과 관련해 일부 직원의 일탈 의혹이 감지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국세청 공무원이 2014년 세종시 공무원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아 2018년 전매 금지 기간이 끝나자마자 감사원 공무원에게 시세보다 싸게 판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일종의 분양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 3월 부산 해운대의 한 고급아파트 시행사가 불법 분양 아파트를 국세청 직원에게 시세보다 싼 값에 공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의혹에 대해 하 의원실에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계와 업계 등에선 국세청 직원 상당수가 공무원 특공을 받은 뒤 전출한 사례가 많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 공무원들이 세종시 본청을 비롯해 지방청, 세무서 등에서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자발적으로 현황 조사에 나서지 않거나 국회의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의혹에 대한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료 제출을 아예 거부한 것은 아니다. 의원실 요구 자료가 많은데다 개인정보를 포함하는 부분도 있어 어려운 면이 있다”며 “특공 대상자 확정 인원만으로 별도 관리하고 있는 자료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