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윤서인씨가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걸린 대한민국 선수단의 현수막을 두고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씨는 20일 페이스북에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선수촌에 내건 ‘범 내려온다’ 현수막을 언급하며 “그냥 아무것도 안 걸면 되잖아. 아무것도 안 거는 게 그렇게 어렵나?”라고 지적했다.
윤씨는 현수막에 그려진 한반도 모양 호랑이 그림을 놓고 “척추 나간 구겨진 빙시 호랑이”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런 그림 걸어 놓고 ‘범 내려온다’ 이게 뭐냐”며 “‘이 정도면 일본이 뭐라고는 못하겠지?’ 비겁한 마음으로 무의미한 상징물 하나 걸어 놓고 또 뭐라고 하나 안 하나 살피고 발끈발끈 지X하고 꼭 이렇게 조급하게 티를 내는 저 마음은 얼마나 가난한가”라고 말했다.
이어 “나 같으면 정 현수막이 걸고 싶으면 ‘세계인의 축제에 참가하게 돼서 기뻐요’라든지 ‘어려운 시기에 모두 힘냅시다’ 이렇게 걸겠다”며 “긍정과 응원 화합 행복 여유가 뭔지 모르고 매사에 악의적이고 적대적이고 건들기만 해봐 부들거리는 나라가 내 조국인 게 너무 슬프다”고 적었다.
앞서 윤씨는 지난 16일에도 ‘신에게는 아직 오천만 국민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있사옵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을 두고 “남의 잔칫집에 가서 굳이 하는 짓 보라”며 비판했다.
그는 “저러면서 호스트가 제공하는 맛난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들은 뻔뻔하게 누리겠지”라며 “올림픽 정신 따위는 X나 줘라. 안 간다고 큰소리 뻥뻥 치다가 슬며시 기어가는 게 창피해”라고 했다.
당시 일본 극우 세력은 해당 현수막을 두고 ‘반일 조장’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현수막이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하는 올림픽헌장 50조 위반이라며 철거를 요청했다. 체육회는 욱일기 사용에도 동일하게 올림픽헌장 50조를 적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현수막을 내렸다.
체육회는 철거한 이순신 장군 현수막 대신 ‘팀 코리아(Team Korea), 범 내려온다’는 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새로 설치했다.
‘범 내려온다’는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가 판소리 수궁가, 범이 내려오는 장면에 영감을 받아 편곡, 지난해 5월 발표한 곡이다. 이날치와 한국관광공사가 협업해 대한민국 홍보를 담아 만든 ‘범 내려온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어 화제를 모았다.
김보영 대한체육회 홍보실장은 “해당 현수막도 미리 준비해 가져갔던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용맹스러운 호랑이를 내세워 선수단에 힘을 주고 싶어서 해당 현수막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현수막도 반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네티즌들은 새 현수막에 대해 “한국은 국제규칙과 국제합의 준수보다 반일 정신을 더 우선하는 나라”, “이번 선수촌 현수막 건도 올림픽 정신보다 반일 정신을 우선시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