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 법률 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가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씨와 그의 딸과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생전 여성 단체에 상당한 지원을 한 점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드러낸 유가족의 말에 한 네티즌이 “여성 단체에 많이 지원하면 성추행을 눈감아야 하나”는 식으로 발끈하자 직접 댓글로 해명하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이 가족에게 많은 빚을 남긴 사실을 다시금 언급했다. 이는 여러 차례 보도돼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점이 의아했다던 정 변호사는 아내인 강씨에게 “박 시장님은 검사를 잠깐 하신 후 아주 유능한 변호사로 활동하신 것으로 아는데 그때 돈 좀 벌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물었고, “돈 잘 버셨죠. 건물도 사고 그랬다. 그렇지만 여러 시민단체에 전부 기증해버리시고, 1994년도에 전업 시민운동가가 되기로 결심하신 후로 집에 생활비를 전혀 갖고 오지 않으셨다. 제가 작은 사업을 해서 생활했다”고 답변을 전했다.
정 변호사는 “아무리 그래도 매년 수천만원씩 주는 포스코 등 대기업 사외이사를 많이 맡으셨고, 10년 동안 서울시장을 하셨던 분이 그렇게 재산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재차 물었고, 박 전 시장의 딸이 “아빠 주위에는 항상 도와 달라는 분들이 많았고 아빠는 그런 분들에게 빚까지 져가며 모두 퍼주셨다. 아빠가 남기신 빚은 그렇게 생긴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딸이 “그중에는 여성단체분들도 있었던 것을 저는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데 그분들이 어떻게 우리 아빠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라며 말을 잇지 못해 더 이상 묻지 못했다고 정 변호사는 덧붙였다.
이 글에는 정 변호사의 말에 호응하는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댓글이 상당수 달렸다. 그러나 한 네티즌은 “변호사님 논리는 여성 단체에 지원을 많이 하면 성추행해도 눈감아 줘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변호사는 답변을 통해 “성범죄자 역시 다른 범죄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일을 했거나 하고 있는 그 누구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고 박원순 시장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박 시장은 여성단체들에 의해 성범죄자라고 일방적으로 발표되고 조리돌림을 당하기 직전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명 사회에서 형사 처벌은 그런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성범죄 혐의자의 사회적 생명부터 끊어놓고 형사 절차를 밟는 여성단체들의 방식, 그것도 모든 성범죄 혐의자들에 대해 동일하게 접근하지도 않는 선택적 방식, 그런 짓을 적어도 고 박원순 시장한테는 해서는 안 되었다는 얘기”라면서 “너무나 당연한 얘기는 오히려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