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트레그 산불’ 서울 2.6배 불태워…동부까지 연기

입력 2021-07-21 08:58
한 소방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남부에서 발생한 부트레그 산불 현장에서 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서부 오리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커지고 있다. 연기가 동부까지 덮쳐서 뉴욕과 펜실베이니아 등에선 맑은데도 하늘은 희뿌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산불은 그동안 서울 면적의 2.6배를 태운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연방산림청(USFS)의 재난정보 사이트 ‘인치웹’에 따르면 오리건주 남쪽에서 발생한 ‘부트레그 산불’로 20일(현지시간)까지 38만8359에이커(약 10571㎢)가 불에 탔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서울 면적(605.21㎢)의 2.6배에 달한다.

지난 6일 오리건주 남부의 베이티에서 북서쪽으로 24㎞가량 떨어진 곳에서 시작된 부트레그 산불은 아직 진화율 30%에 그치고 있다. 기록적 가뭄에 폭염이 겹치면서 오레건주에는 현재 대형 산불만 8개가 진행 중이다.

부트레그 산불로 주민 2000여명이 대피했고, 주택 67채가 전소했다. 지난 13일 동안 시간당 1100에이커(4.45㎢)를 태웠다. CNN은 45분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규모에 이르는 면적을 삼키는 꼴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리건주 산림국의 마커스 커프먼은 “이 화재는 너무 크고 너무 많은 에너지와 열을 생성하면서 날씨를 바꾸고 있다. 보통은 날씨가 화재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번에는 화재가 날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기후변화가 더 치명적이고 더 파괴적인 산불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기록적 가뭄, 이례적 초여름 폭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서부에서 부트레그 화재 외에 80건의 대형 화재(13개 주)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화재들이 내뿜는 연기는 기둥을 형성한 뒤 바람을 타고 동부 해안까지 날아가고 있다. CNN은 “짙은 연기가 서부에서 공기 질을 위험하게 하고 중서부와 북동부의 하늘까지 괴이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과 펜실베이니아 등 일부 지역에선 연기가 지상까지 내려오면서 공기 질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한편 캐나다 서부의 온타리오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만든 연기는 미네소타, 노스다코타 등 미국 중부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