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직원 ‘돌파감염’…‘도피성 방문’ 텍사스 주의원들 만났다가

입력 2021-07-21 07:35 수정 2021-07-21 08:27
백신 맞은 백악관 직원, 코로나19 ‘확진’
백악관 “확진자, 바이든과 밀접 접촉 안 해”
“백악관 직원들 중 감염된 다른 사례 있어”
워싱턴 방문 텍사스 주의원 중 6명, 코로나 감염
백악관 직원, 리셉션서 이들과 접촉 뒤 확진

미국 텍사스주 민주당 하원의원 57명이 지난 12일 워싱턴을 방문하기 위해 탑승했던 여객기 기내에서 찍은 사진. 이들 중 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백악관 직원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기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등 이들의 행동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텍사스주 민주당 소속 진 우 하원의원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미국 백악관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악관에서도 백신을 맞았으나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 감염’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과 밀접한 접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백악관 직원들 중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다른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키 대변인은 얼마나 많은 백악관 직원들이 언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 직원이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은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코로나에 걸린 텍사스주의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을 접촉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주 민주당 하원의원 57명은 지난 12일 워싱턴을 급히 찾았다.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 주의회가 투표권 행사를 까다롭게 만든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도피성 방문’을 감행한 것이다. 텍사스 주의회는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워싱턴으로 떠나 버리자 법안 통과를 위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다.

워싱턴을 방문한 텍사스주 민주당 하원의원 57명 모두는 백신 접종을 받았으나 이들 중 최소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악관 직원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밤 워싱턴의 한 호텔 옥상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이들 하원의원을 만났다. 이후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이들의 증상은 매우 가벼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리셉션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나 펠로시 하원의장을 직접 접촉한 적은 없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텍사스주 민주당 하원의원 57명을 향해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이동하는 등 방역조치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이 하원의원들을 만났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하원의원들의 워싱턴 방문에 대해 ‘슈퍼 확산 이벤트’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다만, 민간 여객기를 이용할 때 기내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비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박도 있다.

백악관 직원의 확진 판정과 관련해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돌파 감염 사례들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백신을 맞은 확진자들의 상태는 대체로 경미하다”고 말했다. 돌파 감염이 발생하긴 했지만, 여전히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셸 월렌스키 국장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확진자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델타 변이’가 8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것은 7월 3일이 포함된 주(週)의 (델타 변이 비율) 50%에서 극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