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연예술축제, 코로나19에 발목… 확진자 잇따라

입력 2021-07-21 06:00 수정 2021-07-21 08:30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던 그리스 안무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의 ‘INK’가 공연을 앞두고 무용수 등의 코로나 확진 및 밀접 접촉 문제로 취소됐다. 아비뇽 페스티벌 측이 공식 페이스북에 관련 내용과 함께 프랑스어로 '취소(annulation)'라고 쓰인 사진을 올려놓았다.

올해 28회째인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지난 16일 개막 직전 프로그램을 급히 바꿨다. 지난 8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계속 증가해 16명의 집단감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페스티벌 측은 16일부터 8월 1일까지 2주간 열리는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 6회를 챔버 오케스트라로 교체하는 등 오케스트라의 모든 활동을 취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됐다가 2년 만에 열린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스위스 발레주 베르비에 산악 휴양지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음악축제다. 스타 음악가들의 연주와 함께 젊은 음악도를 위한 아카데미 프로그램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매년 4~5만 명의 관객이 찾는다. 각국 연주자로 구성된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2000년 만들어졌으며 120여 명이 활동한다. 그리고 2005년 만들어진 베르비에 챔버 오케스트라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출신으로 이뤄졌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안전한 축제 운영을 위해 백신 접종 여부와 별도로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한편 관객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변경은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검사에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감염이 잇따라 확인됐기 때문이다.

확진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감염 확인 직후 또는 10일간의 자가격리 이후 페스티벌을 떠나야 한다. 베르비에 페스티벌 측은 16명의 감염자 외에 이들과 밀접 접촉한 단원들이 적지 않아서 리허설을 할 수 없는 등 올해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페스티벌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인 마르틴 엥스트룀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페스티벌은 그동안 함께 했던 음악가들과 가족 같은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커뮤니티의 긴밀한 유대 덕분에 올해와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연주자의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을 계속 변경하고 있다.

베르비에 페스티벌 외에도 올여름 대면 공연을 재개한 유럽의 공연예술축제들이 코로나19로 잇따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7월부터 거리두기 없이 좌석을 100% 가용하는 한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앤 곳일수록 예술가와 관객 가운데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됐지만, 올해는 5일 개막해 25일까지 열린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6월 중순까지만 해도 객석에 거리두기를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6월 24일 보건부 결정에 따라 100% 좌석 판매로 방침을 바꿨다. 당시 프랑스 남부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당 11명 정도로 감소하자 문화부는 관객의 마스크 착용(새벽 1시까지), 백신 접종 증명서나 PCR 음성 확인서를 전제로 공연장의 거리두기를 없앤 것이다.

하지만 개막 직전인 4일 남아공 안무가 다다 마실로의 ‘희생(The sacrifice)’에 출연하는 무용수들의 코로나 확진으로 축제에 불참하게 된 데 이어 17일 그리스 안무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의 ‘INK’가 취소됐다. 20~25일 6회 공연 예정이었던 ‘INK’ 역시 무용수들의 코로나 확진 및 밀접 접촉 때문이다. 또 곧바로 18~20일 예정됐던 프랑스 연출가 에바 둠비아의 ‘자가포식(Autophagies)’도 출연진 등의 코로나19 농후접촉 문제로 격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취소됐다. 비록 세 작품이 취소됐지만 아비뇽 페스티벌은 남은 기간 축제를 이어간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17일 개막해 8월 31일까지 열릴 예정인데, 개막 다음 날인 18일 바로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인 관객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잘츠부르크시 보건당국은 축제의 트레이드마크인 연극 ‘예더만’을 관람한 관객이 코로나19 테스트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어 해당 관객 근처에 앉은 관객 등 농후 접촉자로 추정되는 44명에게 연락을 취해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유럽의 공연예술축제가 취소된 가운데 유일하게 열린 대규모 축제였다. 그리고 감염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공연장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올해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7월부터 백신 접종 완료를 전제로 실내 및 야외 행사에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함에 따라 객석을 100% 채웠다. 하지만 해당 관객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자 축제 측은 19일부터 모든 공연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지난 3~4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베르크닙트 페스티벌은 실외에서 열린 데다 백신 접종 완료자 및 코로나19 PCR 음성 확인자만 입장시켰지만 1000명 이상의 확진자를 냈다. 사진은 이것을 보도한 유럽 언론의 기사들 캡처.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감염력 높은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가운데 백신 접종 완료에도 불구하고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전자음악 페스티벌에서 나온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지난 3~4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베르크닙트 페스티벌은 실외에서 열린 데다 백신 접종 완료자 및 코로나19 PCR 음성 확인자만 입장시켰다. 하지만 마스크와 거리두기 없이 열린 페스티벌에서 참가자 2만 명 가운데 최소 10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 보건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 등의 해제가 너무 빨랐다”며 사과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