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만장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이 항공기가 날 수 없는 우주 상공 100㎞ ‘카르만 라인’을 최초로 여행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11일 리처드 브랜슨 버진갤럭틱 회장이 상공 88.5㎞까지 여행한 지 9일 만이다.
베이조스가 2000년 세운 우주관광 기업 블루오리진은 20일(현지시간) 오전 8시12분 미국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역에서 발사된 우주선 ‘뉴 셰퍼드’가 상공 35만1210피트(107㎞)까지 날아올랐다고 밝혔다.
3분 20여초 만에 국제항공연맹(FAI)가 인정한 우주와 지구 대기의 경계인 카르만 라인을 돌파한 뉴 셰퍼드는 이후 7㎞ 정도를 더 떠올라 무중력 상태에 돌입한 뒤 10분 18초 만에 지상으로 착륙했다. 카르만 라인을 돌파하자마자 선내에서는 “창문 밖을 보라”는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6명이 탈 수 있는 뉴 셰퍼드에는 베이조스를 포함해 동생 마크(50)와 1961년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프로그램 중단으로 우주에 가지 못한 윌리 펑크(82) 여사, 첫 유료 고객 네덜란드인 올리버 데이먼(18)이 탑승했다. 이번 발사가 성공하면서 블루오리진은 역대 최고령·최연소 우주인 기록을 갈아치웠다.
베이조스는 이날 출발 직전 CBS와의 인터뷰에서 “긴장되지 않는다. 우리가 무엇을 배우게 될지 궁금할 뿐”이라며 “(우주관광은) 경쟁이 아니고, 미래세대를 위해 우주로 가는 길을 만드는 일”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우주선 탑승 직전에는 발사를 알리는 종을 울리기도 했다.
블루오리진의 다음 비행은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로 추정된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데이먼이 낙찰 받은 베이조스 옆 좌석 가격은 2800만 달러(322억5000여만원) 수준이었다.
우주관광 기업들이 연달아 비행에 성공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우주관광 스타트업들과 함께 ‘인스피레이션 4’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9월 우주선 ‘크루드래곤’에 일반인 4명을 태워 2~4일 동안 지구 궤도를 공전할 계획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