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키스도, 우정의 악수도 없다…코로나19로 확 달라진 올림픽 풍경

입력 2021-07-20 18:29
도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20일 오전 도쿄 시내에서 한 시민이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올림픽 등 스포츠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른 선수가 메달을 깨물어보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그런 장면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메달리스트들은 시상식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메달도 직접 자신의 목에 걸어야 하는 엄격한 방역 규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메달을 깨무는 포즈를 취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방역 수칙 위반시 경고는 물론 실격처리가 가능하고, 일본에서 추방당할 위험도 있는 상황. 이런 이유로 공개 석상에서 해당 포즈를 취할 선수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AFP통신은 20일 이 같은 ‘메달 키스 금지’ 외에도 코로나19로 확 달라질 도쿄올림픽 풍경에 대해 보도했다. 우선 23일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이 대폭 축소된 상태로 진행된다. 6만8000석의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개회식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외교 사절 등 극히 일부만 참석한다. 거리두기를 위해 1000명 정도만 경기장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원수가 하도록 규정돼 있는 올림픽 개회 선언도 나루히토 일왕이 마사코 왕비를 대동하지 않은 채 홀로 할 계획이다.

그동안 2시간 넘게 소요되던 각 나라별 선수단 입장도 간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도 철저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처럼 신장 211㎝의 농구 선수 디안드레 조던과 137㎝인 체조 선수 레이건 스미스가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앞서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대회에서 이집트 유도 선수 이슬람 엘 셰하비가 이스라엘 선수를 상대로 악수를 거부해 퇴장당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하지만 선수간에 악수, 포옹, 하이파이브 모두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할 수 없고 기권 처리된다. 그러나 밀접접촉자의 경기 출전 여부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보인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하는 국가와 선수들도 많다. 북한은 코로나19를 일찌감치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리우올림픽 당시 우리나라와 북한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던 ‘남북 화합’의 모습을 올해 대회에서는 볼 수 없다.

해외 유명 선수의 불참도 이어지고 있다. 남자 테니스의 간판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이 불참한다. 또 여자 테니스에서는 세리나 윌리엄스, 시모나 할레프 등이 불참하면서 맹탕 경기가 열린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대회 전체 일정의 96%가 무관중으로 열리는 것도 기존 올림픽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이다. 추가로 일정을 마친 선수들은 48시간 이내에 선수촌을 떠나야 하는 규정도 새로 만들어졌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선수촌에서 나눠주던 콘돔도 올해는 올림픽 기간 선수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수촌을 떠날 때 기념품 형식으로 지급된다.

한다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