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의 수난이 반복되고 있다. 접속 폭주로 사이트가 마비되는가 하면 코딩 오류까지 발견됐다. 서버를 늘리고 오류를 수정했지만 추후 대상자가 더 늘면 같은 불편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0일 정오 기준 53~54세 예방접종 대상자의 53.9%가 사전예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10시부터 14시간 만에 81만여명이 예약에 성공했다.
수치와 달리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지난 8일과 12일, 14일에 이어 전날에도 사이트 마비 사태가 재현됐다. 당초 계획대로 오후 8시에 예약 기능이 개통됐으나 1000만건의 접속이 한 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버를 4대에서 10대로 긴급 증설했지만 접속 지연은 계속됐다. 추진단은 전날 예약 대기자가 최대 600만명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접종 대상군 규모를 넘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몰리긴 했지만, 예상을 못 할 바는 아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지난 16일 SNS에 “재원을 들여 서버를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예약 기간이 충분하고 언제든 예약만 하면 접종 가능한 상황에서 향후 재원 낭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썼다.
접속자 수가 문제의 전부도 아니었다. 이날 새벽엔 코딩 오류가 발목을 잡았다. 대상자가 예약을 시도하면 ‘21일 오후 8시 이후에 예약하라’는 메시지만 표출됐다. 오전 3시쯤 처음 관찰된 이 현상은 오전 9시까지 이어졌다. 정우진 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매번 (신규 대상군 예약) 개통을 하면서 예약 일정 등이 조금씩 바뀌다 보니 코드를 정교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며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의 ‘비행기 모드’를 이용하는 등 접속 대기를 피하는 각종 꼼수도 온라인상에서 퍼졌다. 추진단은 해당 방법을 차단했지만 이같은 방식으로 예약에 성공한 대상자의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엔 클릭할 경우 곧바로 예약 정보 입력창으로 넘어가는 우회 링크가 확산됐다. 온라인 선착순 예약이 일부 국민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다음 달엔 18~49세 접종이 예정된 만큼 사전예약 시스템은 더 큰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들은 연령 구분 없이 선착순으로 예약을 하게 된다. 공적 마스크처럼 ‘5부제’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지만 50대 예약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근본적으로 쏠림 현상을 해소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진단은 전날 증설한 클라우드 서버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다. 또 우회 접속의 유형을 파악해 예약 시스템에 반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비정상적으로 많은 예약 대기자 수에 대한 분석도 진행한다. 정 팀장은 “접속자가 쏠려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네이버 클라우드 측에 대응을 맡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