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전력예비율 왜? ‘탈원전’ vs ‘수요증가’

입력 2021-07-21 00:20
서울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20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건물 외벽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을 맞아 전력예비율이 급감하면서 이번주 전력수급 비상단계 발동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인해 전력 수급이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전력예비율 감소는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올 여름 전력 수급난이 크게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전력 운영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계기가 됐다며, 철저한 발전소 운영계획과 다양한 발전 대체원을 동반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2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최대전력 발생시간은 오후 4~5시, 최대전력은 89.4GW로 예상된다. 이는 올 여름 들어 가장 높았던 지난 15일 88.6GW보다 높은 수치다. 이 시간대 공급예비력은 9.1GW, 공급예비율은 10.2%로 예보됐다. 이번주 전국에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예고돼 있어 전력 공급예비량이 5.5GW 아래로 떨어질 시 전력수급 비상단계 1~2단계가 발령될 수도 있다.

이에 전력예비량이 감소한 것이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원전·석탄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친환경에너지를 대폭 확대하는 취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계획에는 신규 6기 건설 백지화, 노후 10기의 수명연장 중단, 월성 1호기 공급 제외 등 내용이 반영됐다.

그러나 정부는 올 여름 전력공급 능력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력 공급이 감소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력예비율 감소는 기온 상승과 산업생산 증가 등으로 인해 전력수요 전망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원전 설비용량은 줄지 않았고 이미 계획된 원전건설은 진행하고 있다”며 “원전 설비용량은 2017년 2만2529㎿에서 올해 2만3250㎿로 오히려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탈원전 정책이 실제로 전력 수급 위기를 가져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중지와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것이지 이미 운영 중인 원전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며 “올 여름 기온이 특히 높은 것이 전력 수요 급증에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 여름 전력예비율이 감소한 데는 발전당국의 발전소 관리와 운영계획이 미흡했던 것도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유 교수는 “석탄발전소인 보령 1·2호기, 삼천포 5·6호기가 폐쇄되면서 전력 공급이 2GW 정도 감소한 상태에서, 현재 원전 28기 중 8기가 화재, 설비 문제 등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된 상태여서 9GW 가량 발전량이 감소했다”며 “여름철 피크 시기인데도 원전 중 3분의 1 가량이 가동하지 못하고 있어 올 여름 발전량이 크게 감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가 아직 대폭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 여름과 같은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아니라 석탄발전, SMR(소형모듈원전) 등 대안을 충분히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대형원전보다 안전성이 높은 SMR을 수출 목적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유 교수도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석탄 발전소를 일부 남긴 것처럼, 우리나라도 석탄 발전을 완전히 없애지 말고 남겨놓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오전 신고리 원자력발전기 4호기의 재가동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승인하기도 했다. 신고리 4호기는 지난 5월 29일 설비 화재로 가동 중단됐으나 당초 안전성 확인을 거친 후 이달 말 재가동될 예정이었으나, 가동 시점이 계획보다 약 1주일 정도 앞당겨졌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