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마이크로소프트(MS) 메일서비스 해킹 사건을 중국의 소행으로 규정하자 중국 정부가 해킹 혐의를 부인하며 “우리도 피해자”라고 반발했다.
중국은 20일 “사실과 증거는 없고 억측과 비난으로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지난 3월 MS의 이메일 서버 소프트웨어 ‘익스체인지’를 겨냥한 해킹 공격의 배후로 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한 해커를 지목하고 EU와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등이 이에 동참하자 반발에 나선 것이다.
AFP통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미국 등 5개국과 EU 주재 중국 공관은 이날 일제히 반박 성명을 내고 “중국은 네트워크 안전의 확고한 수호자”라며 “우리는 사이버 공격에 단호히 반대하고 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 증거 부족한 정치적 음모”라고 반박했다.
주EU 중국 대표부는 미국을 겨냥해 “‘서방의 특정 국가’는 수년간 기술적 이점을 남용해 가까운 동맹에 대해서도 대규모 도청을 실시해왔다”며 “스스로 사이버 안보의 수호자로 추켜세우고는 주변 동맹국을 조정해 무리를 만들고 다른 나라들을 비방하고 공격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관행은 이중 잣대와 위선”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중국도 사이버 공격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대표부는 해외에 서버를 둔 5만2000여개의 악성 프로그램이 지난해 중국 네트워크에 침입했다는 중국 컴퓨터 바이러스 응급처리센터 2020년 보고서를 인용해 국가안보·사회발전 등에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비판했다.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도 홈페이지를 통해 “네트워크 안전 문제는 각국의 공동이익과 관련되는 만큼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오명화(낙인찍기)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국가 간 신뢰가 악화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우리는 각국이 네트워크 안전 문제에 대해 명확한 약속을 해 평화·안전·개방·합작의 네트워크 공간을 조성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발생한 MS 해킹 사건은 익스체인지 서비스의 결함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당국은 지방자치단체 등 기관 3만여 곳과 전 세계 각 기구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중국 보위부가 금전적 이익을 위해 국가 주도로 사이버 범죄 활동을 후원하고 해커 생태계를 육성해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재진에 “중국 정부는 러시아처럼 (해킹 공격을)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이걸 할 사람들을 보호하고 어쩌면 도모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응책을 취하기 전에 일단 조사를 마쳤다”며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것을 시사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