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아들 최모씨가 20일 “아빠가 입양아를 키우는 점을 더 언급하고 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아이 입양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일각에서 나오자, 공개 반박에 나선 것이다.
자신을 최 전 원장의 큰아들로 소개한 최씨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더 많이 언급해 주세요.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경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전날 TV조선에 출연해 “최 전 원장이 아이에 대해 정말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더는 이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아이에게 ‘입양됐다’고 하는 게 정서에는 좋다고 하지만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알려졌다면 지금부터라도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기본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양준우 국민의힘 상근대변인이 “최 전 원장의 입양 사실이 미담으로 전달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뉘앙스”라고 직격하며 여야 간 설전이 벌어졌다.
최씨는 “저는 초등학교 때 입양됐기 때문에 그 당시엔 민주당 기사처럼 말씀하시는 글들이 달콤하게 들렸다. 왜냐하면 그 때는 제가 저를 부끄럽게 생각했을 때”라면서도 “하지만 살아오면서 하나님 손길로 저는 많이 치유됐고 더 이상 (입양된 사실이)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다”며 “아빠가 이런 점을 더 언급했으면 하고 전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많은 아이들이 저처럼 극복할 수 있는 발판과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최씨는 “저런 부분은 저처럼 고아였던 아이들이 아픔을 공감하지 다른 사람이 위하는 척하고 그러는 건 가식이고 가면으로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입양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다’는 이 전 상근부대변인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저희 아빠는 직접 저와 부딪히고 이겨내셨기 때문에 아빠가 제 마음을 이해하고 저 같은 아이들을 위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입양 및 관련 언급은) 아빠와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맺었다. 최재형 캠프 측 관계자는 이 글의 진위 여부와 관련해 “최 전 원장의 큰아들이 쓴 게 맞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 부부는 최씨가 10살 때인 2009년 그를 입양했다. 이미 두 친딸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입양이었다. 최 전 원장은 2011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입양과 관련해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 하는게 아니다. 말 그대로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한국입양홍보회 홈페이지에 입양 부모로서 느꼈던 감정들을 약 150편의 일기로 남겼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