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의 압박에 맞서 우군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타깃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다.
북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과 개도국간 ‘운명 공동체론’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또 아랍 국가들의 지역협력기구인 아랍연맹(AL)과 서로의 핵심 이익을 지지하기로 약속하는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2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18일(현지시간) 이집트 알라메인에서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AL 사무총장을 만났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내정 불간섭이라는 국제 규범을 견지하고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에 대해 서로 지지한다”며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면서 타국에 대한 압박과 내정 간섭의 도구로 쓰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지역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모두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AL은 아랍 제국의 주권과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1945년 3월 창설된 기구다.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이집트, 예맨 7개국으로 시작해 지금은 22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3월 튀니지에서 열린 AL 정상회의에 축전을 보내 “아랍연맹과 전략적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일대일로를 공동 실행해 보다 나은 내일을 함께 하고자 한다”고 했었다.
반이스라엘 운동의 일환으로 결성된 AL은 반미 정서가 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2019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중동을 들쑤셔놓았을 때 AL은 한목소리로 미국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었다. 골란고원은 1967년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81년 자국 영토로 합병했지만 국제사회는 이곳을 시리아 영토로 인정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이집트에 이어 19일에는 알제리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중국은 개도국과 함께 호흡하며 영원히 운명을 같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개도국과 단결해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에 맞설 것”이라며 “국제정치에서 개도국의 발언권과 대표성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중시해왔다. 1990년대 초 자원 개발 및 교역 증진을 위해 아프리카 진출을 본격화한 이래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찾는 게 관례가 됐을 정도다. 중국과 아프리카간 협력포럼(FOCAC)도 2000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