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이럴거야!” 자율주행 구독 서비스에 불만 폭주

입력 2021-07-21 06:30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구현 모습. 테슬라 제공

테슬라가 출시한 주행보조시스템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구독 서비스를 두고 시장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모델 연식에 따라 FSD 구독을 위한 하드웨어를 추가 구매해야 하는 차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차량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능만 선택적으로 구독하는 테슬라의 ‘옵션 구독’을 새 수익 모델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일부 부품을 빼고 판매하는 마이너스 옵션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옵션 구독은 향후 위기관리에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와 CNBC 등에 따르면 테슬라가 출시한 FSD 구독 서비스를 두고 차주들의 항의가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 퍼지고 있다. FSD 구독을 위해서는 차량에 기본적으로 3.0 버전 이상 FSD 하드웨어가 탑재돼 있어야 하는데 이 하드웨어는 2019년 4월 이후로만 표준 적용됐다. 2016년부터 2019년 3월 사이에 차를 샀다면 FSD 구독을 위해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비용 1500달러(172만원)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FSD는 본래 1만 달러(1150만원)를 지불해야 탑재 가능했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면 월 199달러(22만원)에 FSD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오토파일럿(Auto pilot) 기능을 탑재한 차주는 월 99달러(11만원)만 내면 된다. FSD는 오토파일럿보다 향상된 기능으로 고속도로 자율주행, 차량 흐름이 원활한 차선으로 자동 이동, 자동 주차, 차량 호출 기능 등을 제공한다. 오토파일럿은 크루즈 컨트롤 기능으로 차선 유지와 속도 조절, 앞차와 간격 조절 등을 지원한다.

문제는 2019년 3월 이전에 차를 산 차주들이 구매 당시 테슬라로부터 “추가적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테슬라가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들 가운데는 집단 소송을 예고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마켓워치는 “테슬라가 지난해 본사 언론협력팀을 해체한 이래로 고객 대응을 즉각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완전자율주행(FSD) 컴퓨터 보드 모습. 테슬라 제공

운전자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미완성 상태에서 FSD 구독을 내놨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CNBC는 “테슬라가 내놓은 FSD와 ‘오토스티어(Autosteer·차선 유지)’ 기능은 본래 사업 목표였던 ‘로보택시(Robotaxi)’의 정교한 자율주행 수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일부 차주들에게 최근 FSD 베타 버전을 배포하고 시범 운영하게 한 것을 염두에 둔 지적으로 풀이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밀한 분석이 가능한 레이더와 라이더를 제외하고 가성비 높은 카메라와 AI(인공지능)로만 자율주행을 고집하는 테슬라의 정책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FSD가 단어 그대로 ‘완전자율주행’인 것처럼 차주를 혼동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부연했다. 미국 교통 규제 당국에 따르면 FSD는 운전자의 지속적인 간섭이 필요한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이다.

다만 안정성 논란만 해결된다면 옵션 구독 상품이 향후 업계에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율주행 기능이 고도화할수록 차량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는데 구독 서비스가 가격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어서다. 차량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완성차 업체들이 도입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몇 년 전부터 옵션 구독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