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없어 받지못한 ‘스마트 워치’…살해된 제주 중학생

입력 2021-07-20 16:28 수정 2021-07-20 16:40
지난 19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지인의 10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40대 A씨가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서 어머니의 전 연인에게 살해된 중학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이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고, 경찰은 피해자의 집에 CCTV를 설치하고 주변 순찰을 강화했지만 끝내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해자의 어머니는 위치추적과 긴급신고가 가능한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 A씨(48)는 사실혼 관계였던 B씨와의 관계가 틀어지자 앙심을 품고 B씨의 아들인 C군(16)을 살해했다.

피해자의 어머니 B씨는 이달 초 경찰에 A씨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했으며 A씨에 대해 주거지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의 긴급 임시조치를 했다.

경찰은 B씨를 신변 보호 대상자로 등록하고, B씨와 C군이 사는 주택 주변에 CCTV 2대를 설치했다. 설치된 CCTV는 모두 녹화용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은 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CCTV가 있으면 영상이 녹화되는 것은 물론 범죄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신변 보호 대상자의 주거지 등에 설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경찰은 피해자 주거지 주변 순찰을 강화했다. 지난 3일부터 범행 당일인 18일까지 주야간 각 1회씩 총 32회 순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

B씨와 C군은 신변 보호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스마트워치를 받지 못했다. 스마트워치는 버튼을 누르면 즉시 112신고가 되고 자동 위치추적을 통해 신변 보호자가 있는 곳으로 순찰차가 신속히 출동하도록 하는 손목시계 형태 전자기기다.

이에 대해 경찰은 “동부서가 총 14대를 보유 중인데, B씨가 신변 보호 요청을 했을 당시에는 재고가 없어서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신 B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112신고 시스템에 등록해 신고가 들어오면 긴급대응하도록 조치했으며, 살인 사건 발생 후 B씨와 B씨의 오빠 요청으로 총 3대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A씨와 그의 지인 D씨(46)는 지난 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 침입해 이 집에 사는 B군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긴급체포됐다.

범행 후 달아난 A씨는 신고 20시간여 만인 19일 오후 7시26분쯤 제주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D씨는 이보다 앞서 같은 날 0시40분쯤 거주지에서 붙잡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D씨는 직접 살해에 가담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경찰은 이들이 주택에 침입한 정황이나 현장 상황 등을 토대로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중 피의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며, 이들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