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소음이 5兆짜리 ‘제주 제2공항 사업’ 뒤집었다

입력 2021-07-20 15:51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와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이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제2공항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

국토교통부가 추진해온 제주 제2공항 건설이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토부는 반려 사유를 검토한 후 사업 재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국토교통부가 협의를 요청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최종 반려했다고 20일 밝혔다. 국토부가 평가서를 제출한 지 약 2년 만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차례 보완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미흡한 부분이 많아 더 이상의 검토가 불가능하다고 봤다”며 “협의에 필요한 중요사항이 재보완서에서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546만㎡ 부지에 5조1200억원을 투자해 연 1992만명을 수용하는 활주로 1개 규모 공항을 짓는 사업이다. 원래는 2017년 착공해 2025년에 개항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국토부가 이 사업을 재추진하려면 반려 사유를 해소해 평가서 본안을 환경부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신공항 건설이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맹꽁이 서식에 미치는 영향이 예측되지 않았고 안정적인 포획·이주 가능 여부도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공항 건설에 따른 조류와 서식지 보호 방안 검토가 미흡했고 최악 조건을 고려한 항공기 소음 모의 예측에 오류가 있었다고도 했다. 빗물이 지하로 흘러 들어가는 숨골의 보전 가치가 제시되지 않은 점도 반려 사유에 포함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부의 평가서 반려 사유를 검토하고 있다”며 “미흡한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고 사업 재추진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