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어도 끝까지 돕는다’…올림픽 현장 찾는 총수들

입력 2021-07-20 15:49 수정 2021-07-20 16:02


도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예전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올림픽 최대 스폰서인 코카콜라도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고, 도요타는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임에도 광고를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올림픽 무대로 향한다.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온 비인기종목 선수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일본을 방문한다. 정 회장은 양궁협회장 자격으로 오는 24일 양궁 혼성 단체전이 열리는 도쿄 오메노시마공원 양궁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양궁과 오래 인연을 맺어왔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5년부터 양궁협회장을 맡아 양궁 육성에 힘을 보탰고, 정의선 회장도 2005년부터 아버지를 이어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해 2025년까지 양궁협회를 이끌게 된다.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임원은 원칙적으로 한차례만 연임할 수 있지만, 기여도에 따라 추가 연임이 가능하다. 정 회장은 양궁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인정받아 5선에 성공했다. 정 회장은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를 창설했고, 초ㆍ중학교에 양궁 장비 지원 사업도 진행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핸드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최 회장은 2008년 12월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하면서 2024년까지 핸드볼협회를 이끌게 됐다.

최 회장은 핸드볼협회를 맡은 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 경기장을 2011년 건립했고, 남자부 코로사와 여자부 용인시청이 해체되자 SK 호크스(남자)와 SK 슈가글라이더즈(여자)를 창단하기도 했다. 또 유소년 육성을 위한 핸드볼 발전재단 설립과 핸드볼 아카데미 운영, 국가대표팀 경쟁력 강화 지원 등 1000억원 이상의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런던올림픽 때는 핸드볼 선수들을 직접 찾아가 격려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출장 중인 최 회장은 이번 도쿄올림픽은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대한축구협회장 자격으로 도쿄올림픽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축구 사랑’이 지극한 정 회장은 지난 8일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삼성전자는 최고경영진이 도쿄올림픽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재 중인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도쿄올림픽 마케팅 준비를 소극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전까지 개최여부가 불투명했던 터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획득 등 낭보가 있으면 올림픽 열기가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원하는 비인기종목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면 기업 이미지는 물론 홍보 효과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