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선수 격리 “무섭다”…공포 물드는 올림픽 선수촌

입력 2021-07-20 14:02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20일 오전 도쿄 시내에 올림픽 광고물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이 개막도 하기 전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사례가 연이으면서 현지 선수촌에 입소한 선수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시합을 며칠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 선수들은 격리를 당할 시 컨디션 난조로 수년 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봐 노심초사 중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9일까지 도쿄올림픽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1명에 달한다. 마사 타카야 대변인은 “33명은 일본 거주자, 28명은 해외 입국자”라고 밝혔다. 그는 ““확진자 수가 증가했지만 구성을 잘 들여다 봐야 한다. 입국한 2만2000명 중 28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0.1%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조직위는 국가별 감염자 수 등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부 사례는 각국 언론에 보도됐다. 미국 선수단에서는 체조 세계선수권대회 2회 우승 경력이 있는 카라 이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단 중 7인 럭비 감독 닐 포웰, 축구 대표 선수 2명과 영상분석관 1명이 감염됐다. 체코에서도 비치발리볼 선수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영국 선수단에서는 선수 6명과 스탭 4명이 격리됐다.

격리자가 발생한 선수단에서는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영국의 육상 800m 기대주 대니얼 로덴은 더타임즈에 “트랙에서 훈련을 하던 중 선수 하나가 물리치료 예약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수 중 몇몇이 격리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무서웠다. 선수들이 모인 왓츠앱 메신저 채팅방에서 격리된 선수들이 훈련을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선수로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더라도 두려울 수밖에 없다. 확진자와 접촉 이력이 발견돼 강제 격리만 당하더라도 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전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이다. 로덴은 “올림픽에 온 선수들은 정말,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해왔다. 방에 갇혀서 경기 준비를 못하면 자신감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열흘간 특별 지정된 격리 전용 호텔에 머물러야 한다. 격리된 기간 중 48시간 사이 2차례 연달아 음성 판정을 받으면 선수단에 복귀할 수 있다. 격리되지 않았더라도 선수단을 비롯해 스탭, 기자단 등은 사실상 매일 개별 지급된 코로나19 검사 키트에 일정량 타액을 채워 제출해야 훈련장, 경기장 등으로의 이동이나 다른 선수 접촉을 허가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에는 여태 확진 판정을 받거나 격리 조치를 당한 선수가 없다. 선수단 측은 20일 오전 기준 도쿄 선수촌에 머무는 115명과 요트 선수촌 6명, 촌외 숙소 25명 중에서 퇴촌 조치를 받은 인원이 없다고 밝혔다. 단 선수단 외에 앞서 입국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일본 입국 중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이다. 유 위원은 관련 증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사태 와중 세계의 연대를 보여줄 것”이라고 최근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은 IOC 위원들과의 회의에서 “이 일(도쿄올림픽 개최)이 얼마나 복잡한지 몰랐다는 걸 인정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번 올림픽의 코로나19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21일 도쿄를 방문할 예정이다.

조효석, 도쿄=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