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52시간 근로제를 비판하면서 “주120시간 근무”를 언급하고, 수익구조 개편을 위한 해고 허용을 주장하자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노동관을 두고 “18세기식 생각”이라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1주일 120시간도 일할 수 있어야”
윤 전 총장은 20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주52시간 근로제로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지만 일자리 증가율이(작년 중소기업 기준) 0.1%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며 “(주52시간제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 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토로했다”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영진을 직접 사법 처리하는 문제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을 형사처벌하기보다 법인에 고액 벌금을 부과하는 등 법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형사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게 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고용 보호가 지나치다”며 “회사가 수익구조 개편을 위해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부를 만든다거나 할 때는 해고나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120시간 가능하나” 조국 “과로사의 지평선 열어”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1주일에 120시간 일하려면) 주5일 일하면 매일 24시간을, 주6일 일하면 매일 20시간을, 주7일 일하면 매일 17시간을 일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말이다. 사람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화장실도 가야 한다. 출퇴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1주일에 120시간을 바짝 일할 수 있나”라며 “연구나 개발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도 이렇게 일하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가능하더라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리고 윤 후보님께서 주52시간 근무제에 ‘예외조항’이 전혀 없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유연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선택근로제 등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분명히 있다”며 “법률가이시기 때문에 관련 법률을 충분히 찾아보시고 말씀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주52시간 근무제가 완전히 실패한 정책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과로 사회’ ‘일 중심 사회’로 불리며 장시간 근로로 악명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시는 윤 후보님, 대한민국 이렇게 계속 과로하면서 일해야 하나. 대통령 후보라면 국민의 저녁 있는 삶과 워라밸을 보장해서 반드시 ‘행복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워라밸은 약속하지 못하더라도 부디 극단에 치우쳐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올바른 정책 방향까지 흔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개인 SNS에 “120시간 나누기 5는 하루 24시간 노동”이라면서 “대량 과로사의 지평선을 여는 제안”이라고 비꼬았다.
이수진 “경영계 입맛대로가 윤석열 공정?” 김영배 “아우슈비츠가 주 98시간”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도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여러 노동자가 거리에 나앉고 있다”며 “이것이 외환위기(IMF)를 겪으면서 만든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조차도 경영계의 입맛대로 바꾸고자 하는 윤석열의 공정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경영상 어려움도 아닌, 사업 구조조정에서도 정리해고를 말하고 있다”며 “기업이 돈을 쫓아가면서 회사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을 돈 몇 푼 주며 해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에 노동자는 잘나갈 땐 가족이고 어려울 땐 비용이냐”고 강조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경영진 사법처리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의사결정을 한 오너나 경영진은 형사적 처벌을 면해주고, 법인 비용으로 고액벌금을 내게 하겠다니요”라며 “재벌 오너들에게 의사결정의 권한은 있지만 책임은 법인이 지라는 (건) 결국은 재벌 오너들 책임을 묻어주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총 회장에 출마하겠다면 인정하겠지만 대통령 후보로 나가겠다면 그 18세기식 생각 당장 바꾸라”고 촉구했다.
김영배 의원은 “사람은 공장 부품이 아니다”며 “영국 산업혁명 시기 노동시간이 주90시간, 아우슈비츠가 주98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세기 초에나 있을 법한 120시간 노동을 말하는 분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진짜 대한민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요즘 말로 이거 실화냐”고 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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