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바꿨는데…‘범 내려온다’도 반일? 황당한 일본의 트집

입력 2021-07-20 10:18 수정 2021-07-20 11:11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에 17일 '범 내려온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2020 도쿄올림픽 개막까지 사흘을 앞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방일,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내 독도 표기 등으로 한·일 마찰을 부른 일본 측이 또 선수촌 현수막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체육회는 17일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 선수촌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에 ‘범 내려온다’는 문구와 한반도 모양 호랑이가 그려진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는 앞서 지난 14일 ‘신에게는 아직 오천만 국민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있사옵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이 일본의 반발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 데 따라 교체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따온 이 현수막에 대해 일본 현지 극우 정당인 일본국민당의 의원 등 일부 세력은 ‘반일 조장’이라며 거세게 반대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개입해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이라며 우리나라의 ‘이순신’ 현수막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서 새로 내건 현수막마저 ‘반일’이라며 분노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본 한류 전문 매체 ‘와우코리아’는 19일 일본 누리꾼들이 대한체육회가 내건 새로운 현수막에 분노하며 한국의 대처가 어이없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일본 누리꾼들이 ‘범 내려온다’라는 글귀가 적힌 새 현수막에 대해 ‘‘일본이 조선 호랑이를 멸종시켰다’는 믿음이 드러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누리꾼 중 일부는 새 현수막에 독도 표기가 보인다며 “현수막으로 빚어진 혼란을 틈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는 반응을 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른 일본 누리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 일본 누리꾼은 “한국은 국제규칙과 국제합의 준수보다 반일 정신을 더 우선하는 나라”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이번 선수촌 현수막 건도 올림픽 정신보다 반일 정신을 우선시한 결과”라는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경제 성장은 이룩했을지 몰라도, 어린 시절부터 ‘일본은 적’이라는 반일 사상을 지속해서 주입한 결과 국민성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선수단 숙소에 내걸었던 '이순신 현수막'. IOC측은 해당 현수막이 '올림픽 헌장 50조를 위반한다'며 철거를 명령했다. 도쿄=김지훈 기자

반면 한국 누리꾼들은 일본 현지의 태도와 IOC 측 대처가 더 황당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IOC는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여하는 장군을 연상시킬 수 있으므로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에 따라 철거해야 한다”며 현수막 철거를 지시했다. IOC 주장에 따르면 올림픽 경기장과 시설 등에서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동을 벌이는 건 올림픽 헌장에 어긋나는 것이고, ‘이순신 현수막’은 정치적 선전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의 전범기이자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사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이순신 현수막’을 철거하면서 욱일기에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IOC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욱일기는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며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한국 누리꾼은 “욱일기는 정치적 의미가 없는 것이고, 이순신 장군 문구는 반일조장?”, “이순신 장군은 방어전을 펼친 거고, 당시 임진왜란은 일본 침략으로 이뤄진 것이다. 역사 공부 더하길”, “‘범 내려온다’ 현수막으로 생트집을 잡는 것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