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실거주’ 설익은 규제 없애니 은마아파트 물량 급증

입력 2021-07-20 09:26 수정 2021-07-20 10:26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국민일보 DB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대표 격인 ‘은마아파트’의 전월세 물량이 최근 ‘재건축 2년 의무거주’ 규제가 풀린 이후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량 증가에 따라 하늘 모르고 치솟았던 전셋값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무조건적인 규제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매물 잠김 현상을 촉발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은마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총 25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2일만 해도 이 아파트의 전월세 물량은 154건에 불과했는데 100건(65%)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정부의 규제 방안이 1년 만에 백지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회 교통위원회가 지난해 6·17 대책에 담긴 실거주 2년 의무 조항을 삭제키로 결정한 게 지난 12일이다.

은마아파트 전세 물량은 지난 12일 74건에서 전날 기준 147건으로 73건이 늘었다. 같은 기간 월세 물량도 27건에서 107건으로 급증했다. 실거주 2년 의무가 사라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와 월세 물량을 내놓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량이 급격히 늘면서 전셋값도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5월 6억원대 수준이었던 은마아파트 전용 76㎡ 전셋값은 지난해 말 10억원대로 뛰었고, 지난달만 해도 9억원대 계약이 이뤄졌다. 최근에는 같은 면적 기준 7억~8억원대의 가격을 형성한 전세 물량이 풀리면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번 은마아파트 사례로 보면 정부가 시행조차 못 한 설익은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매물 잠김을 유발하고 전셋값만 폭등시켰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다만 실거주 규제 폐지가 서울 전역의 아파트 물량 증가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