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막후실세’ 논란…백악관 비서실장 향해 “총리” 비아냥

입력 2021-07-20 05:55
바이든 ‘복심’ 클레인에 “막후 지휘자” 비판
클레인, 독립기념일에 자택서 ‘파티’ 논란 자초
오랜 동료 블링컨 국무 “최고의 보좌관” 옹호
바이든 향해선 ‘낮은 자세’…한 때 배신 논란도
60세 생일파티 앞두고 벌써부터 ‘입방아’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보좌하는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을 둘러싸고 ‘막후 실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클레인 비서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오래 보좌해 ‘바이든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백악관 비서실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경력을 바쳤다고 NYT는 전했다.

공화당 일부 인사들은 이런 클레인 비서실장을 “클레인 총리(Prime Minister)”라고 부른다고 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클레인 비서실장이 국정 ‘2인자’처럼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아냥이다.

공화당 인사들은 또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은 클레인 비서실장이 급진적인 정책의 막후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존 튠 공화당 상원의원도 클레인 실장을 “막후인물 같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클레인 실장은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미국 독립기념일이었던 지난 4일 클레인 실장 자택 주변에 스포츠레저용 차량(SUV)들이 잔뜩 주차돼 다른 차량들이 구불구불 움직이는 일이 벌어졌다. 한 참석자는 클레인 실장 자택에서 딸의 약혼 파티가 있었다고 NYT에 말했다.

클레인 비서실장은 이런 비판을 의식해 지난달 가졌던 한 인터뷰에서 “나는 총리가 아니라 그저 보좌관(staff person)’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가 바이든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거의 수행하지 않는 것도 막후에서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요인이다. 클레인 비서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따라다니지 않고 백악관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있으며 참모들과 전략을 짜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론 클레인(오른쪽)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 3월 24일 백악관에서 열렸던 국경 문제 관련 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든에 ‘낮은 자세’…소통 능력도 무기

클레인 실장의 파워가 강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NYT는 “클레인 실장은 최근 들어 가장 영향력 있는 비서실장이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잠시 맡았던 인사들을 하찮은 존재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클레인 실장은 오랜 동료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 세대에서 최고의 보좌관”이라고 호평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상원의원은 “나는 아마 매일 그와 통화한다”면서 “만약 곤란한 문제가 있으면, 나는 그에게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클레인 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복심 역할을 한다. NYT는 연속적이지는 않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일한 기간이 35년가량 되는데 지금도 “sir(남성 경칭)”, “대통령님(Mr. President)”이라는 경어를 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클레인 실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습관인 두서없는 말들을 잘 정리하면서 바이든이 특정 조치에 집중하게 만드는 데 전문가라고 말했다.

소통 능력과 부지런함도 클레인 실장의 무기다. 민주당 소속의 조 맨친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계획을 통보받지 못해 격분한 적이 있었다.

클레인은 맨친 상원의원이 워싱턴에서 머물 때 거주하는 주거용 보트를 직접 찾아가 저녁을 함께 하며 달래기도 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오바마 2기 행정부 당시 에볼라 사태를 총괄하는 조정관이었던 론 클레인(오른쪽) 현 백악관 비서실장이 2014년 10월 22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을 듣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든에 ‘배신’ 논란도…60세 생일파티 벌써 ‘입방아’

클레인 실장은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두 번이나 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앨 고어 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현 대통령인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각각 맡기도 했다. 클레인은 민주당에서 정치적 경력을 쌓아왔다.

클레인 실장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주군’ 바이든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 진영에 합류해 바이든을 배신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바이든 행정부 초기 ‘낙마 1호’인 니라 탠든 전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지명자를 밀었다가 곤욕을 겪기도 했다. 탠든은 과거 공화당 인사들에게 막말 트윗을 한 것이 드러나 인사청문 과정을 넘지 못했다.

인디애나 출신인 클레인 실장은 조지타운 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기간에는 변호사 업무에 전념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NYT는 전했다.

그의 아내 모니카 메디나는 역시 변호사이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국무부의 해양·환경·과학 담당 차관보로 일하고 있다.

클레인 실장의 60세 생일파티도 워싱턴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클레인 실장은 1961년 8월 8일 태어났다. 10년 전이었던 2011년 그의 50세 생일 때엔 오바마 행정부의 유력인사들과 친구 등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사람들은 최근 백악관 인사들에게 올해 8월 8일에 그의 60세 생일파티가 열리는지, 초대는 이미 끝났는지를 묻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그의 위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NYT는 올해 클레인 실장의 생일파티는 성대한 파티 대신 가족 행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