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이 없는 불편함을 딛고 세계에서 12번째로 높은 해발 8047m급 브로드피크 완등에 성공한 산악인 김홍빈(57) 대장이 하산 도중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광주시와 광주장애인체육회 등에 따르면 김 대장은 이날 정상에서 내려오던 중 조난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김 대장이 완등을 마치고 하산하던 중 한국시간으로 오후 3시께 캠프4에 못 미친 7900m 지점에서 빙벽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원정대가 김 대장을 발견했고, 이때 김 대장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으나 주마(등강기)를 내려보내 끌어올리는 도중 줄이 끊겨 낭떠러지로 추락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산악연맹은 김 대장 수색을 위해 외교부에 구조 헬기 파견을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외교부는 파키스탄 대사관을 통해 연맹 측 요구 사항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장은 당초 17일 정상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현지 사정으로 인해 등정 일정을 하루 늦췄다. 이어 18일 오후 4시58분 브로드피크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장애인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이라는 역사적 기록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17시간 후 실종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도 19일 오후 SNS에 등반 성공을 축하하며 “자랑스럽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이 글에서 “하산 중에 연락이 두절됐다는 전언에 걱정이 컸다. 이탈리아 등반대 도움으로 캠프에 잘 도착했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애초 김 대장이 구조된 것으로 파악해 축하글을 올렸다가 뒤늦게 구조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김 대장은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단독 등반 과정에서 사고로 열 손가락을 잃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2006년 가셔브룸 2봉(8035m)을 시작으로 15년에 걸쳐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에 모두 오르는 대업을 달성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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